[기고] 어르신, 오토바이 조심해서 타세요
[기고] 어르신, 오토바이 조심해서 타세요
  • 송영훈 경감 청양경찰서 정보보안과장
  • 승인 2015.06.30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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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장인어른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젊은 시절에는 동네에서 호랑이라 불리실 정도로 엄하셨고 연세가 드셔서는 인자하기 그지없는 아버지셨다.
도심에서 자라 전원생활을 동경하던 나에겐, 시골 막내 사위로 장가들어 함께 민물고기도 잡고 마당에서 숯불에 삼겹살도 구워먹는 등 너무나 즐겁고 풍요로운 추억을 갖게 해 주셨다.
10년 전쯤 장날, 읍내에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셨다 돌아오시는 길에 덤프트럭과 역주행으로 부딪혀 큰 수술을 두 번이나 받으시고 난 다음에는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총기도 흐려지셨다.
혹시나 하여 많은 날들을 모시고 외식도 하고 나들이도 갔다.
그러나 3년 전부터는 거동이 불편해 지시더니 1년 전부터는 여행이나 외식을 할 수 없었다.
열심히 맛있는 음식을 사다 드리고 이발용구를 사다가 직접 머리도 깎아드렸다.
돌아가시기 1주일 전,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짐을 싸가지고 찾아갔더니 누워계시다가 돌아보시며 말없이 웃음을 보여주시고는 그 뒤로 돌아 누우셨다.
삼오제를 지낸 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잘 모셨는지,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지…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장모님께서 만류하시는데도 오토바이가 빠르고 편하다며 장보러 가신 점, 시골 장날이라 주차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을 빠져나와 역주행하신 점, 덤프트럭이 주의하지 않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점 등, “만약 오토바이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좀 더 행복한 노후를 보내셨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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