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선 칼럼] 소프트 파워, 해당화와 제비
[윤영선 칼럼] 소프트 파워, 해당화와 제비
  • 윤영선 삼성제약 대표/전 관세청장
  • 승인 2015.07.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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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가끔 잊고 산다. 최근 우리 서해안에서 자주 보았던 ‘해당화 꽃’이나 날렵한 ‘제비’를 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우리나라는 해안선을 따라서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었는데 이제는 매우 귀한 존재가 됐다. 뿌리가 약재로 좋다는 소문에 무차별 채취로 인해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국민가수 이미자 선생님 노래 ‘섬마을 선생님’ 가사 첫 마디에 ‘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서울에서 찾아 온 총각 선생님. 열아홉 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에 나오는 애잔한 해당화 꽃이 거의 사라졌다.
우리의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의 주인공, 봄의 화신인 ‘제비’는 처마 밑에서 사는 익조(益鳥)로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새였다. 봄철 모내기 시절에 물 찬 제비라는 표현처럼 날렵하게 비상하는 모습, 해질녘 동네 전기 줄에 줄지어 않아서 지저귀는 모습, 나쁜 놀부를 혼내주는 박씨를 물어다 준 착한 강남 제비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상징이다.
초등학교 시절 처마 밑 제비 집에 알을 몇 개 낳았는지 몰래 들여다 보던 어린 시절 모든 것이 정겹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이제는 ‘제비’조차 남해안 섬이나 일부 청정지역에 사는 귀한 새가 돼 주변에서 관찰하는 것이 어렵다.
산업화 이후 환경오염으로 수십년 만에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생물자원이 사라지고 있거나 생존에 위협받고 있다. 지금처럼 자연이 파괴되면 금세기 지나기 전에 지구상 생물 종류의 20%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예측하고 있다. 다양한 생명체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것은 미래 우리 후손들을 위한 인류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자연과 인류는 상호 공존의 대상이다. 이미 ‘생물다양성 협약’을 국제협약으로 맺어서 지구상의 품종, 유전자 보존에 국제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6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자연보호에 관심이 적어지다 보니 ‘환경의 날’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살고 있다.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자연을 잘 보존하는 노력은 지방의 경쟁력이다. ‘소프트 파워’ 경쟁력은 깨끗한 환경, 잘 보존되는 자연 자원이다. 보령시, 서천군 등 충남의 서해안 지역은 제조업체나 공장이 없어서 자연 환경이 상대적으로 깨끗하다.
우리 스스로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이라는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서 “Think different”(남과 다르게 생각하자)가 필요하다.
오늘날 공해시설이 없기 때문에 잘 보존된 청정지역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높이고 상품화하는 것은 관광산업의 ‘소프트 파워’ 경쟁력이다.
동양의 자연관(自然觀)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롭게 사는 것인 반면, 서구의 자연관은 자연은 극복과 지배의 대상이다. 환경보호는 정부의 정책도 필요하지만,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분야다.
앞으로 ‘자연친화적’인 업무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라져가는 품종을 보존하고 다양한 생명체가 공존하며 살아가도록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가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 우리의 토종 종묘회사들이 대부분 서구 기업들에게 팔려갔다. 즉 우리나라의 토종 식물 종자들을 필요한 경우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됐다. 어린 시절 수많던 참외 종류들이 모두 없어지고, 지금은 맛있는 ‘금싸라기’ 종자 등 일부만 남아있다.
그러나 더 다양하고 맛있는 참외를 재배하려면 과거의 다양한 참외 종자가 필요하다. 향후 육종학자들이 새로운 품종개발, 질병에 강한 품종개발, 추위에 강한 참외 품종등을 연구할 때 다양한 재래종 참외 종자들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과 환경보호는 그 자체로 인류에게 재산이 된다.
공해시설이 적은 농어촌 지역의 관광자원은 청정지역 그 자체가 강력한 관광자원이다. 예를 들면 원산도 등 서해안 지역에 멸종돼가는 해당화가 만발하고, 제비가 농가 집에 많이 살고, 메뚜기와 반딧불이 날아 다니고, 달맞이꽃이 피어 있고, 백사장에 해안에서 밀려온 쓰레기들이 즉시 즉시 수거돼 청정지역이 된다면 얼마나 귀한 관광자원이 될까.
지역주민 전체가 무농약 유기농 농사를 장기간 넓은 지역에서 생태친화적 농사를 짓게 되면 몇 년 동안은 농산물 생산은 줄어들고 농가소득도 줄어 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이 ‘청정지역’으로 소문이 나면, 유기농 농산물 판매는 부수적 수입이 되고, 청정지역에 마음을 치유하러 온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게 돼 농가 부업소득이 장기적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다.
청정지역의 자연보호와 청결한 환경관리를 꾸준하게 5년, 10년 추진하면 우리만의 차별화되는 관광자원이 창조되고 후손들의 먹거리가 된다. 무형의 재산을 만들게 된다.
‘청정한 생태 자연환경’이 관광자원의 ‘소프트 파워’이고 우리의 약점을 강한 점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이미자 선생님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의 가사를 음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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