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광객 발길 끊긴 태안군
[기자수첩] 관광객 발길 끊긴 태안군
  • 최병민 기자
  • 승인 2008.01.02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랍 31일 오후, 태안 안면도 꽃지공원 주차장에는 태안반도 안면청년회 소속 회원과 가족 등 지역주민 100여명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안면도에서 생산된 우럭, 굴 등 수산물을 제공하는 ‘안면도 수산물 시식회’를 열고 있었다.
이날 할미할아비바위 앞에서 거센 눈보라와 싸우며 관광객들이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주민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했다.
예년 같으면 푸짐한 음식물 준비와 연예인 공연, 불꽃놀이 등 비교적 수준 있는 행사 진행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이곳에서 어느 누구도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로 연출되었던 것이다. 태안지역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것은 비단 안면도만이 아니다.
지난 해 12월 7일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의 최대 피해지역인 만리포, 학암포 등 북부지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연포, 몽산포 등 태안군 전 지역의 펜션과 음식점이 ‘개점휴업’ 이란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인근 서산시의 삼길포와 간월도는 물론 홍성 남당항, 보령의 대천해수욕장 등 연말연시를 맞아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유명 관광지에서 사람들을 구경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원유유출 사고이후 태안에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벌써 80만명을 넘었다는 집계가 나올 정도이니 이웃나라 일본의 ‘30만명의 기적’이란 얘기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한국인들의 역경에 강한 국민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이렇게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태안군 공무원들의 휴일조차 없는 헌신적인 노력으로 섬지역 등을 제외한 해변은 제법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다.
하지만 어민들의 1차적인 피해는 굳이 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관광객들이 태안을 외면함으로써 초래되는 펜션, 민박,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주민들의 2차적인 피해는 일일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원유유출 사고의 심각한 후유증을 태안군 등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시·군과 주민들만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수습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워 보인다.
국민들의 태안지역 관광과 서해안 수산물 팔아주기 등을 통한 ‘또 다른 자원봉사’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