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FTA, 1조 원 준조세 책임 누가 지나
[사설] 한·중 FTA, 1조 원 준조세 책임 누가 지나
  • 충남일보
  • 승인 2015.12.0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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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국회비준 통과를 놓고 졸속처리로 인한 부작용을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런 중요한 협정에 대한 비준이라면 더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 파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런 모습은 전혀 없었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같은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게 1조 원 규모의 준조세다. 기금마련을 위해 정부는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한·중 FTA로 인해 피해를 겪게 될 농어민 지원 등을 위해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모두 1조 원의 ‘농어촌 상생협력·지원사업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야당 측이 제기해 왔던 ‘무역이득공유제’가 재계의 반발 등으로 추진이 어렵게 되자 그 대안으로 이런 방안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기금은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인 기부금을 재원으로 조성된다는 설명이지만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를 감안할 때 과연 ‘자발적’일 수 있을 지 의문을 갖게 된다.
기금의 용처로 삼은 농어민 지원에도 함정이 있다. 한·중 FTA 대상에서 쌀·쇠고기·고추·조기 등 주요 농수축산물은 대부분 빠졌다. 개방 수준도 품목 기준 70%, 수입액 기준 40%로 역대 FTA 중 가장 낮다. 정부가 밝힌 20년간 농림수산업 예상 피해액이 3619억 원이다.
지난 6월의 4800억 원 지원 계획에 이어 이번에 재정과 ‘기금’을 합쳐 2조6000억 원을 추가로 내놓아 총액이 3조 원을 넘는다. 지난 20년 간 200조 원 넘는 돈을 농가 보조금으로 투입했지만,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농업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돈으로 반발을 무마해온 포퓰리즘 정책의 재연이다.
 결국 기업에 할당되는 준조세가 될 거라는 게 경험칙이다. FTA로 인한 개별 기업의 구체적 손익을 산정하는 것부터 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조사한 231개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비가 지난해 2조6708억 원이나 된다. 경기가 좋지 못한데도 수익 대비 지출 비중은 오히려 올랐다. 정부에서 수행하는 부담금도 2003년 100개에서 지난해 97개로 그다지 줄지 않았다. 한국에서 기업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사회적 매몰비용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억울하다.
문제는 또 있다. 그동안 우려했던 중국산 식품 전반에 대한 검역강화나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는 후속 협상에서 논의토록 한다는 수준에서 매듭지었지만 정부가 중국 측에 부담스러운 사안을 제대로 제기할지 의심스럽다. 이중·삼중의 비관세 장벽을 쳐놓은 중국 지방정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예 없다. 정치가 타협의 산물이라고 하더라도 심사숙고가 필요한 안건마저 시간에 쫓기듯 봉합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한·중 FTA는 위험요소도 안고 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이 무관세로 밀려들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분야 중국의 기술력은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평균 3.7년이던 중국과의 제조업 기술 격차가 올해엔 3.3년으로 단축됐다. FTA 발효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에만 기댈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깊어지는 한·중 경제 파트너십이 중국의 변화와 어우러져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도록 이끄는 새로운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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