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논단 ] 우상과 검증 ①
[목요 논단 ] 우상과 검증 ①
  • 이인제 의원 【 국민중심당 최고위원 】
  • 승인 2007.03.07 1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대선 후보 검증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논쟁은 초점을 잃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살펴보자.
후보 검증은 국민이 올바른 대통령을 뽑기 위해 미리미리 그 인물과 정책을 깊이 있게 살피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후보검증은 당내 투쟁의 수단이 아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는 검증 논쟁은 이전투구(泥田鬪狗)식 당내 투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당내에 설치한 위원회가 어떤 권위와 힘으로 국민을 대신해 검증을 하고 결론을 내겠다는 것인지, 그 무모함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 어느 유력 후보의 과거 행적에 관한 중대한 의혹이 제기되어 논쟁이 일고 있다. 그런데 후보 본인은 물론 당이나 주요 언론에서 ‘진실’이 무엇인지는 회피하고 무슨 공작이니, 당이 깨지니 하며 핵심을 호도하려 한다.
생각해 보자. 증인을 해외로 도피시키고, 위증을 해달라며 거액의 돈을 건넨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이 그런 사람도 대통령이 되는 불쌍한 나라인가. 그러므로 이 의혹이 제기된 순간 검증의 초점은 사실 확인에 두어야 한다.
먼저 후보 본인이 명쾌하게 사실을 말하면 된다. 해외도피나 위증교사가 사실이 아니라면 단호하게 이를 부인하고 폭로한 자들을 사법당국에 고발해야 할 것이다. 사법당국은 신속하게 사실 여부를 규명하여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또 언론은 취재 역량을 동원하여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후보 본인은 말이 없고 주변만 나서서 변죽을 울린다. 또 주요 언론들은 초점을 흐리며 진실을 규명하려 하지 않는다.
만일 그 폭로가 사실이라면 후보 본인은 국민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깨끗이 레이스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유력 후보였던 게리 하트는 자기 선거 사무소 한 여성과의 불미스런 관계가 폭로되자 두말없이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또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도 자동차가 강물에 추락했을 때 동승했던 여비서가 익사하는 것을 두고 혼자만 살아나온 사실이 검증대에 오르자 변명하지 않고 물러섰다.
그들의 허물에 비한다면 자신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증인을 해외에 도피시키고 거액을 주며 위증을 교사한 행위는 몇 십 배 더 엄중한 과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진실을 규명해야 할 언론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장막을 치기에 바쁘고, 진실을 고백해야 할 본인은 언론 권력이 쳐놓은 장막 뒤로 숨기에 바쁘다. 어쩌면 1997년의 모습과 그리도 닮았을까. 그 때나 지금이나 이 땅의 주권자인 국민의 눈을 가리는 추악한 언론 권력의 장막에 관하여 말해보자. 이제 그 장막을 찢어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2007년 대통령 선거를 국민의 승리로 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성자(聖者)는 신성(神性)한 존재로서 검증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미 보편성을 얻고 사람들의 마음속에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상(偶像)이다. 언론 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어떤 인물을 숭배하도록 강요할 때 정치적 우상이 만들어진다. 신성이 없는 사람을 우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거짓과 과장이 동원되는 것은 필연이다. 그러므로 우상이 된 본인은 물론이고 이 우상을 만드는데 앞장 선 언론권력이나 이미 마음속에 우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이나 검증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우상의 실체가 드러나면 허망하게도 모든 것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