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전·현직 사장, 임직원 등 줄줄이 비리 연루
KT&G 전·현직 사장, 임직원 등 줄줄이 비리 연루
민영화로 실적·규모 키웠지만 공기업 구태 못벗어나… 쇄신 필요
  • 고일용 기자
  • 승인 2016.05.2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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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 온상’ 불명예 지적 이어

KT&G가 지난해부터 진행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올해 초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민영진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의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7월 말 사임했다.
민 전 사장은 2009∼2012년 협력업체와 회사 내부 관계자, 해외 바이어 등으로부터 1억9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챙긴 혐의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생산과 연구개발 부문장으로 있던 2009년 10월 인사 청탁과 함께 이모 전 부사장에게서 4000만 원을 받아 챙겼고, 이듬해 2월 말에는 사장 취임 직후 납품사 지위를 유지해주는 대가로 협력업체에서 3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0월에는 회사 본부장급 직원 5명과 러시아 출장 중 중동의 담배 유통상으로부터 4500만 원대 스위스제 명품시계 파텍 필립 1개와 670여만 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 5개를 받아 챙겼다.
파텍 필립 시계는 러시아 출장에 동행한 노조위원장 전모 씨에게 건너갔다.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 합의를 성사한 대가이자, 앞으로 노사관계 업무에서 사측 의견을 들어달라는 민 전 사장의 부탁이 담긴 시계였다.
전씨는 2003년부터 무려 4선 노조위원장을 지냈으며 그는 시계 수수 외에 다른 비리가 함께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또 자녀 결혼식을 치른 뒤인 2012년 3월 KT&G와의 거래 물량 유지를 희망하던 다른 협력업체에서 축의금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의 수사 착수 이후 민 전 사장이 물러나고 백복인 사장이 지난해 10월 취임했지만 백 사장 역시 검찰의 칼 끝을 피해가지 못했다. 백 사장은 아직 기소되지 않았으나 그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광고대행업체 A사 대표 권모 씨가 최근 추가 기소되면서 혐의가 대부분 드러난 상태다.
회사 자금 약 4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3월 기소됐던 권씨는 2011년 2월∼2012년 초 외국계 광고대행사 J사가 KT&G 관련 광고를 따내거나 계약을 연장하게 도와달라며 6차례에 걸쳐 5500만 원을 백 사장에게 건넨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J사의 부탁을 받은 권씨는 광고대행업체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앞둔 2010년 11월 백 사장을 만나 “이번에 내가 J사와 함께 PT에 참여한다.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은혜는 잊지 않겠다”고 부탁하고, 이후 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백 사장은 당시 마케팅실장, 본부장을 거치며 광고대행사 선정과 평가 등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3월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으면서 부당한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이모 전 부사장은 신탄진공장 생산실장이던 구모씨와 2007년 5월∼2013년 2월 납품단가를 유지해주고 협력업체 지정을 돕는 대가로 인쇄업체 S사로부터 6억36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천안인쇄창장이던 2007년 S사가 담뱃갑 인쇄방식을 바꾸면서 인쇄방식 변경을 승인해주고 납품단가도 유지해주면 한 갑에 3원씩 주겠다고 부탁하고 그는 납품단가 인하폭을 최대한 줄여주고 구씨와 함께 커미션을 챙겼다.
구씨는 제조기획부장으로 승진한 2011년부터 인쇄물량을 늘리고 납품기일을 연기해주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공짜 술을 3년여간 9000만 원 어치를 얻어먹었다.
S사 법인카드를 넘겨받아 2211만 원을 긁는가 하면, 영업부장에게서 300만 원 어치 백화점 상품권과 498만 원 상당의 명품 지갑도 받았다.
담배 재료인 팁페이퍼 원지 수입가격을 장기간 속여 부당이득을 챙긴 업체 관계자들도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고, 담뱃갑 종이 수입을 두고도 인쇄재료 납품 및 종이 생산업체 간에 뒷돈이 오갔다.
KT&G를 두고 민영화 이후 규모는 성장했지만 공기업 시절의 구태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T&G를 속여 부당이득을 챙긴 사례도 드러나 비리에 연루된 이들은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KT&G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사장이 한 번 바뀐 데 이어 후임 사장마저 법정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이며, 1여 년간 각종 비리를 파헤친 검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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