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문제를 앵커링하지마라
[목요논단] 문제를 앵커링하지마라
  • 박창원 교수 충남도립대 인테리어패션디자인과
  • 승인 2016.08.17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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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와 결함을 앵커링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와 결함에 빠지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어 큰 맥락을 놓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영화 곡성의 포스터에 보면 현혹되지 말라는 타이틀이 나온다. 곡성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미스터리한 상황들로 가득 차 있으며 매 순간 문제 해결을 위하여 돌진하는 주인공들의 역동성이 잘 드러난 영화이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해결을 노력하는 등장인물들 조차도 결국 문제 안에 있어 그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저 문제의 발단은 이미 병원에서 찾아낸 환각버섯이다. 그 환각버섯을 먹은 돼지고기와 건강보조음료를 섭취하고 사람들은 환각에 빠져 자신의 일가족을 죽이는 참사를 일으킨 것이 팩트이다. 그러나 잘못된 시각으로 곡성의 주인공들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할수록 문제에 더욱 빠져든다.
‘개는 막대를 쫓지만 사자는 그 막대를 던진 자를 쫓는다’는 말이 있다.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지 못하고 휘둘린다면 우리는 프레임에 갇혀 막대만 물어뜯게 된다.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넘쳤다 잦아드는 냄비는 누군가의 불 조절에 그저 감정의 김 한 번 빼고 계속 불 위에서 달그락거릴 뿐이다.
텍사스 A&M 대학의 얀손과 스미스 교수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계량컵 디자인 과제에서, 결함이 있는 디자인을 미리 본 엔지니어들이 결함이 있는 디자인을 사전에 보지 못한 엔지니어들보다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보았다. 두 번째 집단들의 80% 이상이 풀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의식하지 못한 채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두 교수들은 이에 앞서 자신의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구분한 뒤 차에 설치할 자전거 거치대를 설계 과제를 주었다. 차에 자전거를 거치하는데 좀 더 편리하게 부탁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실험이었다. 한쪽 학생들에게는 이미 판매되고 있는 자동차 거치대가 비효율적인 면을 부각하여 보여주고 아주 키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 아니면 거치가 매우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그룹에게는 기본 부정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최대한의 창의력을 발휘해 디자인하라고만 요구했다. 작업이 끝난 뒤 교수들은 그들의 디자인을 평가하기 위해 모두 디스플레이 해보았다.
그런데 두 집단 간의 차이는 크게났다. 이미 출시된 차량의 사례를 먼저 본 집단은 통합적인 디자인이 적었으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보여주는 디자인들이 매우 희박했다. 그들은 그 디자인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자전거 거치대를 손에 닿지도 설치하는 디자인을 고안하기까지 하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 수가 적지 않았다.
기본 조건에서 두 집단의 학생들은 재능이나 자전거 거치대에 대한 지식이 거의 같았다. 다만 차이는 첫 번째 학생들에게만 자전거 거치대의 일반적 문제를 해결한 디자인을 요구했고, 다른 학생 집단에게는 그런 요구 없이 최선의 거치대를 디자인하라고만 요구했다. 두 번째 학생집단들은 그 문제가 존재하는지도 몰랐고 그 상태에서 그 문제들을 해결한 것이다.
이 연구의 결과를 얻어낸 얀손과 스미스는 여러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그 해당 분야에 맞는 실험을 반복했다. 매번 그들은 똑같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그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뛰어난 엔지니어들이었다. 풍부한 지식, 뛰어난 역량, 숙련된 기술을 갖췄고 의욕도 넘쳤다. 그런데 그 연구 참여자들 각자의 결함 해결의 성공 여부는 무엇을 하려고 애쓰는지에 따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사전에 결함 있는 사례를 보지 않은 집단은 천부적인 재능을 자연스레 발휘해 훌륭한 디자인을 해냈다. 한 순간도 결함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모조리 해결에 쏟았다. 결함을 먼저 보았던 집단은 애써 그것을 해결하려 했기 때문에 재능이 이끄는 대로 사고를 전개하지 못했다.
영화 곡성에서 보여주듯이 문제나 결함에 빠지면 그것이 우리의 생각을 오염시킨다. 대부분 결함을 보면 결함을 해결하려다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많은 결함이 있다. 그 결함에 한정되어 집중하지 말고 밀쳐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결함의 부분적 해결보다는 더 큰 틀에서 유기적인 맥락을 이해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맥락 속에서 한정된 결함에 대한 시각 대신 우리의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시야를 확보해야한다. 그것이 문제해결능력의 창조성을 담보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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