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 “우러러봤던 분과 함께 금메달 땄으니 난 특별한 운명”
박인비 “우러러봤던 분과 함께 금메달 땄으니 난 특별한 운명”
“패배자 되고 싶지 않아 올림픽 출전 결심”
  • 연합뉴스
  • 승인 2016.08.2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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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 박인비가 29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금메달을 입으로 물어보고 있다.


 “앞으로 메이저 우승에 초점… 귀감이 되는 선수 되겠다”
 “2세는 은퇴한 뒤에 생각하겠다… 시기는 나도 몰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부상 중에도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자신에게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준비와 대회 기간 금메달을 따내기까지 과정, 금메달 획득 이후의 계획들에 대해 털어놨다.
세계 남녀 골프 선수 가운데 최초로 올림픽과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는 “이 자리에 선 것이 영광스럽다”며 “제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고 많은 분의 응원과 지지, 국민 여러분의 사랑에 힘입어 가능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박인비의 일문일답.
- 손가락 통증에도 메달을 따냈는데 현재 상태와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되나.
▲올림픽 때 느낌으로는 많이 호전됐다고 생각했는데 귀국 후 진단을 받아보니 앞으로 3주간 깁스를 해야 한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다. 3주 깁스 후에 재활을 또 그 정도 기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는 출전하기 어렵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나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몸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전 ‘세리 키즈’처럼 이번 대회를 통해 ‘인비 키즈’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예전에는 골프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는 분 위주로 팬층이 형성됐지만, 이번 올림픽을 마치고서는 어린이들이나 젊은 층에서도 저를 많이 알아봐 주신다는 점을 직접 느끼고 있다.
주말에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할머니 두 분이 강원도 사투리로 축하를 다 해주실 정도였다.
제가 박세리 프로님께 영감을 받았듯이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유망주가 꿈을 키워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 포상금은 어디에 쓸 계획인가.
▲지금 어떻게 좋은 일에 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양궁 경기를 통해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양궁과 골프가 닮은 면이 있다. 양궁도 바람과 싸우는 종목이고 골프도 마찬가지다. 양궁도 세계 최강인데 여자골프도 올림픽을 통해 세계 최강을 입증하는 계기로 만들고 싶었다.

- 이번 시즌 남은 대회 출전 일정은.
▲부상 경과를 먼저 봐야 한다. 재활까지 하고 나면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몇 개 안 될 것 같다. 올해는 아무래도 대회 출전보다 치료에 더 힘을 쓸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한두 개 대회에 나가는 것도 좋은 생각이 될 듯하다.

-리디아 고, 에리야 쭈타누깐 등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리디아, 쭈타누깐, 브룩 헨더슨 등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얻어 그 기세가 대단한 시즌이다. 하지만 투어에는 제 나이 또래나 더 나이가 많은 베테랑 층 역시 탄탄하기 때문에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특히 골프는 다른 종목에 비해 나이와 큰 상관이 없는 종목이다.

-박인비 선수의 정신력이 골프 선수로서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나에 집중하면 주변을 잘 보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가족이나 주위 분들은 주위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할 정도다. 어떻게 보면 단점일 수도 있는데 골프에서는 좋은 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다만 그런 집중력은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고 어떤 상황이 되면 발휘된다. 메이저 대회와 같이 다른 때보다 더 긴장하는 경우에 그런 것 같다.
이번 올림픽은 4라운드 내내 그런 집중력이 발휘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에너지가 다른 대회에 비해 더 많이 고갈됐다. 62타, 63타를 칠 때도 18홀을 끝내고 나오면서 후회가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후회 없이 했다.
그런 면에서 금메달도 큰 선물이지만 저 자신을 한 단계 향상하는 계기가 돼서 더 큰 수확이 있었다고 본다.

-골프에서 정신력, 기술, 창의력의 비중을 어떻게 보나.
▲정신력이 50%, 기술적인 면은 35%, 창의력 15% 정도라고 본다. 정신력이 우선 돼야 연습에 충실할 수 있고, 기술 역시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정신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창의력은 사실 코스에 따라 중요성이 달라진다. 어느 코스는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이번 대회와 같은 코스는 그린 주위가 특히 까다로웠기 때문에 창의력이 중요한 곳이었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아무래도 다른 어떤 대회보다 메이저 승수를 더 쌓는 것이 개인적으로 욕심이 난다. 2020년 올림픽도 목표가 될 수 있는데 4년 뒤라 거기까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우선 당장 앞으로 다가오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또 실력이나 메이저 우승 트로피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금메달 확정 순간 양팔을 치켜들었는데.
▲다른 어떤 때보다 좋았던 것 같다. 사실 제가 세리머니를 별도로 했다는 사실도 몰랐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나온 동작이었다.

-박세리 감독과 함께 금메달을 일궜는데.
▲대회 시작 전부터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박세리 프로님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그 누구보다 좋아해 주셨다. 항상 우러러봤던 분과 함께 금메달을 따냈다는 점에서 저는 굉장히 특별한 운명을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

-우승 확정 순간의 기분은. 또 메달을 깨물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은 제가 죽고 나서도 역사에 남는 일이라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주니어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에 다른 메이저 대회와는 남다른 의미가 될 것 같다. 또 제 개인의 금메달을 떠나 국민 모두의 금메달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대회 우승 트로피는 항상 입맞춤하면서 포즈를 취했는데 금메달은 깨물어보라고 하시더라. 생각보다 메달이 무거워서 놀랐다.

- 앞으로 아내, 엄마로서 역할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남편의 ‘내조’를 잘 받아서 굉장히 고마운 부분이 많다. 선수 은퇴를 하고 나면 그 이상으로 남편을 내조하고 싶다.
2세 계획은 아직 없다. 아직 나이도 어리고 지금은 골프가 즐겁고 제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확실하다. 선수를 끝낸 뒤 온전히 아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 그때 2세를 계획하겠다. 아이가 원하면 골프를 시킬 마음도 있다. 엄마, 아빠가 골프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좋은 선수가 되는 더욱 좋고 빠른 길을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 은퇴 후 계획은.
▲생각해 둔 것이 없다. 스포츠나 골프 관련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기회가 주어지면 열심히 해보겠다.

- 올림픽 출전을 결정한 배경은.
▲저도 포기하고 싶은 부분이 많았지만 안 좋은 성적이 두려워서 포기하는 것은 올림픽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올림픽은 한계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그런 모습이 중요한 것 아닌가. 제가 포기하면 올림픽뿐 아니라 골프 인생을 포기한다는 마음도 들었다. 저 자신에게 패배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용기를 냈다.

-올림픽 직전에 나간 삼다수 대회에서 컷 탈락했는데.
▲대회에 앞서 4주 훈련 성과를 처음 시험하는 대회였다. 내용으로는 후회가 없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저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해야 했고 마음도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더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했고 출국까지 사흘간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해야 했다.
이후 브라질에 도착해서 연습 라운드를 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첫 라운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 우승을 확신한 순간은.
▲다른 대회였다면 9홀 끝나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서 17번 홀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 대회 기간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숙소에서 엘리베이터에 30분 정도 갇힌 일이 있었다. 또 연습라운드에 홀인원도 길조가 됐다.

-청와대 오찬에 다녀왔는데.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만날 좋은 기회였다. 같은 운동선수라 통하는 것이 많아 쉽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대통령께서도 수고한 대표팀을 많이 격려해주셨다.

-2세 계획이 생기면 은퇴하는 것인가.
▲지금 당장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안니카 소렌스탐이 ‘어느 순간 연습장에서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책에 쓴 것을 본 적이 있다. 그해에 은퇴를 발표했을 것이다. 내가 언제 은퇴할 것인지 정해놓기보다 마음에 준비가 됐을 때 은퇴를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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