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
[김강중 칼럼]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6.10.11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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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이 사실은 난무하되 진실은 없다. 가을의 상념일까. 문득 진실은 무엇일까 생각에 잠겨 본다.
연일 현상과 사건에 대해 핏발 선 주장들만 넘쳐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진실을 논하고 ‘진실 찾기’를 꺼리는 사회가 됐다. 사건이 일어나면 늘 ‘불편한 진실’로 봉합됐고 구구한 억측만 남았다.
그렇다면 사실은 무엇이고 진실은 무엇일까. 사실은 사전적 의미로 실제로 있거나 있었던 일을 뜻한다. 진실은 거짓 없이 바르고 참된 것을 말한다.
사실은 누군가의 해석과 주장이기 보다는 하나의 사실이다. 진실은 사실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적절할지 모르지만 570돌 한글날도 그랬다. 이 날은 세종대왕이 글이 없는 백성을 위해 실용적인 한글을 창제, 반포한 날이다.
이것은 누군가의 생각이 아니라 실제 1446년 세종의 바르고 참된 ‘애민’의 역사적 사실이다.
한글을 기념하는 날에 대해 누군가의 입장도 해석도 필요 없다. 그래서 사실의 진위와 찬반을 가를 이유도 없다.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한글창제의 진실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에 담긴 독창성과 우수성은 1차적인 의미가 될 것이다. 하지만 2차적, 상대적인 의미는 애민정신이란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정치권의 한글날의 해석은 각기 달랐다. 새누리당은 한글 창제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만의 글과 소리를 만들기 위한 헌신의 산물이라 했다.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논평이 더해졌다.
또 외래어의 오·남용과 은어 등 한글 홀대의 지적과 한글의 가치를 되새겼다. 품격 있는 우리말 사용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높이는 데 모범을 보이길 주문했다.
이 같은 해석에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더민주당은 ‘문자의 날’을 국경일로 삼은 나라가 대한민국뿐이라며 문화국가임을 강조했다.
이 처럼 한글의 창제와 반포, 한글의 우수성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해석하는 주체마다 의미는 엇갈린다. 세종의 애민정신을 상기하고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가고 있는가를 따져 물었다.
그런 뒤 이번 국감의 쟁점인 미르·K스포츠 재단과 민정수석 의혹에 대한 해명과 고(故) 백남기씨 사건에 대한 진상을 촉구했다.
이렇듯 한글날을 맞아 기념하는 해석과 부연의 의미는 천양(天壤)의 차(差)를 보였다.
이 처럼 진실과 사실의 차이는 확연하다. 어떤 사건이든 현상을 바라보는 ‘시점(視點)’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지난달 발효된 ‘김영란법’만 해도 그렇다. 맑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국민들은 청렴하면 내면이 강해지고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정부패를 추방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이다. 부연하면 염치 있는 사회를 만들자는 국민 합의가 이 법의 진실이 아닐까.
기득권 세력의 부패와 탐욕은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부추겼다. 부패사회가 10년 넘게 국가 발전을 저해했다. 수치를 모르는 몰염치가 선진문화국가로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 법 대상자에 부패한 국회의원과 법조삼륜이라 할 변호사가 빠져 속빈 강정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의 전환점이 될 ‘김영란법’의 실효를 조급하게 속단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물론 출입처 기관도 한껏 몸을 사린 느낌이다.
법령에 대한 이해하기와 시범케이스가 되지 말자는 추스름이 역력하다. 아예 말썽의 소지를 없애자며 만남을 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만나지 말자, 몰래 만나자. 들키지 말자’를 운위하고 있다. 또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기는 놈 위에 뛰는 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운운하며 피해나갈 방법을 논하고 있다.
실제 5만 원권 발권 이후 은행 회수율은 27%에 그치고 있다. 저금리지만 비자금 용도로 쓰인 것이다. 이제는 ATM에서도 20~30만 원의 5만 원권을 찾기가 수월치가 않다. 현금으로 쓰일 용처가 많아진 것이고 이를 준비하고 있음이다.
‘김영란법’도 이렇듯 사건을 대하는 시점의 차이는 우리를 혼동에 빠지게 하고 있다. 근간 경제, 외교, 안보 등 국제정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그런데도 사안과 현상에 대한 진실은 없고 의혹만 키우고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터라 진단과 진실의 규명보다 사생의 서슬만 퍼렇다.
국감을 앞두고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6명의 특별감찰관보의 사표 수리와 해직통보도 그런 맥락이다. 요즘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은 어떠한가. 
우리는 진실을 외면하면서 상식을 공감하기가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언론도 상업주의에 물든 주구를 자처하다보니 국민의 신망을 잃은 지 오래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도 개그맨에게 조롱의 대상이 됐다. 매년 국정감사를 벌이고 특검을 해본들 성과는 용두사미였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최순실 의혹, 지진 태풍 등의 사건이 그랬고, 그럴 것이다. 그저 당리당략, 혹세무민으로 호도될 것이다.
그런 사이 사회, 경제, 안보 등 IMF 보다 고통스런 현실이 닥칠 테지만 이에 대한 예지도 없다.
이렇듯 난무하는 사실이 사실이지만 ‘참’이 아닐 수 있다. 그것이 진실일 때 ‘참’이 되지 않을까. 늦었지만 우리 모두 진실을 찾아야 할 때다.
그래서 정권의 유지나 교체보다 국가와 민족이 우선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후대의 희망인 통일을 위해서도 떠도는 사실이 진실로 환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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