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세계는 언어다
[목요논단] 세계는 언어다
  • 박창원 교수 충남도립대 인테리어패션디자인과
  • 승인 2016.10.19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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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의 큰 주류는 세계가 언어로 이뤄져 있다는 데 있다. 인간의 영혼 역시도 언어로 이뤄져 있기에 그 영혼의 치유 역시 상담 등의 언어로 진행되는 것이다.
많은 종교에서 언어를 통한 영혼의 구제 의식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톨릭의 고해성사나, 불교의 묵언수행, 기독교의 기도 등도 언어가 신에 도달하는 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트릭스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은 이렇다. 지구의 멸망으로 인간은 로봇과 인공지능들에 의해 사육된다. 인간은 지구의 새로운 주인이 된 로봇과 그 인공지능에 의해 인류의 뇌가 통제된다. 그 뇌는 중앙통제장치인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에 연결돼 있다. 인간들의 만남은 지구 공간이 아닌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래밍된 가상의 공간에서 이뤄진다. 그 가상의 공간에서 인간들은 만나서 사랑하고 늙고 죽는다.
우리도 역시 언어로 프로그래밍화된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차이는 컴퓨터의 기계 구동언어가 아닌 인류가 만들어낸 언어이다. 처음에는 인류가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다. 언어는 풍부해지기 시작한다. 그저 먹고 자는 즉물적이고 동물적인 존재에서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점점 인간은 언어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가 되었으며 사회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언어적 동물로서 새로운 차원의 세계와 만난다. 언어로 구성된 세계이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지만 이해한 뒤에는 그 이해한 방식으로 우리는 세계를 살아간다. 순환되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면 이해한 방식으로 우리는 살아가고 그 살아가는 것은 새롭게 우리의 삶이되고 그 삶은 다시 어떤 이해를 가져오고 그 가져온 방식으로 우리는 세계를 구성한다.
나중에는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체계 속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형국이다. 언어의 논리가 인간의 삶의 기준이 된다. 정리하면 언어가 인간과 세계를 만든다.
우리는 법과 윤리와 도덕에 의해 세상을 살아간다. 이 모든 것 역시 언어로 돼 있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세계의 근거 역시 언어로 돼 있다. 수백 년 전 서양에서 만들어진 소유권법을 제창한 로크의 철학저술이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가 형성근거이다. 스피노자는 그의 철학저술에서 인류의 진보의 희망을 기술해놓았다. 이 철학은 훗날 언어를 통해 아담 스미스의 세계 이해에 영향을 끼쳤다.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언어로 우리의 상거래 기본질서의 기준을 만들었다. 이 모두 언어에 의해 형성된 것들이다. 우리는 이 세계에 벗어나지 않도록 강제된다.
집과 건물을 짓는 방법도 역시 책에 언어로 저술되어 있다. 이 건축언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그 집을 지을 수 없다. 의사는 의학언어로 돼 있는 언어를 공부해야 한다. 처음부터 인간의 오장육부와 병리증상을 다 알고 치료하는 의사는 없다. 전문가들도 다 그 전문분야의 언어를 익힌 사람들이다. 그 전문분야의 언어를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다.
수학능력 시험이 학교와 학과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학능력은 그 전문분야에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의 문제이다. 그러니까 언어능력이 뛰어나야한다.
참고로 우리의 정신도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묵상은 표면에서 떠도는 언어들을 버리고 내면 깊숙이에서 말하는 언어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매트릭스의 세계처럼 우리는 언어로 만들어진 세계에 살아간다. 그 세계의 내용과 설계 구성 방식과 사용법은 책 속에 언어로 들어 있다. 책은 세계를 담아내는 그릇인 것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책읽기에 좋은 날씨 환경이란 뜻도 있겠지만 가을은 한 해를 추수하고 하늘의 뜻을 아는 장년의 계절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날씨는 쌀쌀해지지만 마음의 색은 화려하고 따뜻한 가을의 계절에 책읽기에 몰입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지역의 곳곳에서 독서의 계절에 많은 풍성한 독서 행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각종 행사를 통해 독서의 의미를 찾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세계가 언어로 이뤄져 있기에 책속에 우리의 세계가 있고 우리 삶의 길이 있다. 또한 세계를 담은 책속에 인생의 답이 있다. 그 삶의 의미와 삶을 사는 매뉴얼을 책속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한글날이 지나간 이 가을, 우리의 영혼의 그릇인 언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신 세종대왕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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