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퇴임하는 경찰 총수의 상처뿐인 영광
[기자수첩] 퇴임하는 경찰 총수의 상처뿐인 영광
  • 최병민 기자
  • 승인 2008.02.11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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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직전인 5일, 경찰청에서는 전임 이택순 청장의 퇴임식이 거행됐다.
경찰청장의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2년의 임기를 무사히(?) 끝마치고 퇴임하는 이청장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그는 퇴임사를 통해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사건 해결과 지구대 환경 개선 등을 재임 중 주요 업적으로 꼽은 뒤 경찰역사상 처음으로 2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고 퇴임하는 영광스러운 청장이라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그의 재임 중 행보에 대한 대내외 평가는 그리 곱지만은 않다.
대내적으로는 전임 청장들이 치밀하고도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경찰개혁이나 수사권 독립문제 등을 마무리 짓기는커녕 이런 문제들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국민의 정부시절 하위직 경찰관들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외근 근무를 3부제로 전환하는 한편 경찰공무원들의 보수 현실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이무영 청장을 잊지 못하고 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를 국민적인 관심사로 부각시키면서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허준영 청장 또한 경찰관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반해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이청장에 대한 경찰내부의 평가는 냉랭하기만 하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사건과 관련 한화 관계자와 통화한 사실조차 없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들통 나기도 해 국민적인 비난과 축소·은폐 수사를 청장이 직접 지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또 이 사건과 관련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대거 퇴진하는 상황이 벌어져 내부에서 조차 거센 사퇴압력을 받으면서도 자신을 비판하는 간부를 징계하면서까지 꿋꿋이 임기를 채우는 ‘체면 없는 청장’이었다는 혹독한 평가도 나온다.
이 청장에 대한 대외적인 여론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해 12월에는 기습적으로 경찰청내 기자실에 못질을 해 기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몰고도 퇴임직전에는 “기자실 폐쇄는 청장 본의가 아니었다”며 현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으로 정말 소신 없고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제 상처뿐인 영광의 주인공 후임으로 11일 새롭게 취임한 어청수 경찰청장의 행보에 경찰은 물론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임 청장은 치안총수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불신을 해소할 방안과 경찰내부의 골 깊은 위화감을 치유할 방법 그리고 땅바닥까지 추락한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진작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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