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쉬면 녹슨다
[양형주 칼럼] 쉬면 녹슨다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1.0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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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전 세계적인 음악전문지인 <BBC뮤직 매거진>은 오페라 평론가 16명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너 20명을 선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중에 당당히 일등을 차지한 성악가가 있다. 누구일까? 1등의 주인공은 올해 1월 21일로 76세를 맞이하는 노장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다.
물론 도밍고에 필적할 세계적인 성악가들도 많이 있다.
20세기 초반 당대 최고의 테너로 일컬어졌던 카루소, 하이 C음을 자유자재로 낼 수 있는 탁월한 고음의 황제 파바로티가 바로 그들이다.
사실 도밍고는 고음에 있어서는 파바로티만 못하고, 성량의 풍성함은 호세 카레라스만 못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밍고를 세계 최고의 테너로 꼽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그의 도전정신 때문이다.
도밍고는 ‘오페라의 왕’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해 냈다. 그동안 소화한 배역이 147개나 되고, 그동안 소화한 공연만 3800회가 넘는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작곡가 탄둔의 ‘진시황’에서 주연을 맡고, 또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에서는 자신에게 다소 생소한 바리톤의 음역에도 도전한다. 사실 전문 성악가라 하더라도 오페라 작품 하나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오페라 하나에도 수십 곡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테너 뿐 아니라 바리톤까지 다양한 음역을 넘나들며 오페라, 오라토리오 등 다양한 레파토리를 147개나 섭렵한 것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역사상 가장 많은 배역이다. 세상을 타계한 파바로티의 경우, 고음은 탁월했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배역에만 머물렀기에 그가 소화했던 배역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반면 도밍고는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도밍고는 각 배역에 대한 노래 뿐 아니라 연기력도 매우 탁월했다.
도밍고가 한 최고의 연기였다고 평가받는 오페라 <오델로>에서의 연기력은 관객들로 하여금 손으로 촛불을 잡아끄는 동작 하나만으로도 살기를 느끼게 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연기였다. 뿐만 아니다. 도밍고는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극장 두 곳의 총감독을 맡아 음악행정과 지휘까지 겸비하고 있다.
자신의 역량을 음악 행정가와 연출가로 확장한 것이다. 몇 해 전 2014 브라질 월드컵 경기 전에는 중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랑랑과 함께 아이튠즈 페스티벌에 참여하여 협연을 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도밍고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테너다. 사실 이런 도밍고의 노력과 도전이 그를 세계 최고의 테너로 손꼽는 이유가 되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 쉬고 싶고 익숙한 것에만 머물기 쉽다. 그러나 도밍고는 끊임없이 자신을 새로운 모험으로 밀어 넣었다.
도밍고의 홈페이지(www.placidodomingo.com)에 있는 자신의 전기(biography)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다.
If I rest, I rust
쉬면 녹슨다.
그렇다. 쉬면 녹슨다. 칼도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듯, 우리가 가진 재능 역량도 계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녹슬기 마련이다.
2017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2017년은 정유년, 붉은 닭의 해다. 붉다는 것은 불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힘과 활력을  닭은 새벽을 우렁찬 목소리로 깨우는, 그래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동물로 알려졌다. 도밍고는 정유년에 걸맞은 사람이다.
세월이 지나도 힘과 활력을 잃지 않고 더욱 힘차게 도전하기 때문이다. 새해, 모두가 의기소침해 있더라도 다시 일어나 끊임없이 도전하고 우리 자신의 지경을 새롭게 넓혀가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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