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어둠을 걷어낼 성군(聖君)을 기대한다
[김강중 칼럼] 어둠을 걷어낼 성군(聖君)을 기대한다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01.03 18: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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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정유년(丁酉年)이 밝았다.
닭띠 해다. 닭은 새벽을 알리고 어둠을 물리치는 상서로움을 뜻한다. 정유(丁酉)의 정(丁)은 붉은 기운을 의미한다. 그래서 화기(火氣)가 강해서 뜨거운 바람이 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작금의 정국과 경제상황, 격절스런 국제정세를 견주면 그 불길함이 가늠된다.
그것은 박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으로 인한 정국의 불안이다. 우려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보호무역과 금리가 인상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칠 것이다.

장기불황의 내수침체에다 58년 만의 2년 연속 수출 감소는 그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다.
그래서 일까. 새해를 맞았으나 국민들의 마음은 우울하다. 한 아녀자의 국정농단으로 정체성 혼란과 국가 존재에 대한 회의에 빠져 있다.

다시 경제적 위기마저 도래할 것이란 불안감은 그 어느 때 보다 크다.
사정이 이런데도 허접한 문고리 3인방 등 비선실세들은 국정을 농단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촛불을 켜들고 현실정치로 뛰어들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선진 국민의식과 변혁의 희망을 만방에 알렸다. 그 변혁의 촛불은 정치, 재벌, 검찰, 언론개혁을 요구하고 있음이다.

봄이 올 때 쯤 대통령 탄핵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올바른 대통령 등극 여부가 국가의 성쇠를 가를 것이다. 구한말을 연상케 하는 국제정세는 혜안의 지도자를 요구하고 있다.
새해가 밝았으니 옷깃을 여미고 이런 희망을 가져본다.

그래서 첫날 해맞이를 위해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새해의 다짐과 성군(聖君)을 기대하면서 군왕대(君王垈)에서 올랐다.
조선조 세조는 은둔중인 김시습을 발탁하려 마곡사를 찾았다고 한다. 매월당은 이를 피해 부여 무량사로 떠나자 세조는 부덕을 탓했다. 시름을 달래려 산신각 뒤편의 군왕대를 올랐다고 한다.

백두대간 기운이 소백산에서 분기해 천안 광덕산을 거쳐 공주 마곡사에 이른 곳이다. 그 기운이 똬리를 튼 것이 태화산이다. 태화산은 주봉 나발봉에서 두 팔을 벌려 청룡과 백호가 자리하고 그 사이에 정맥의 혈처를 이룬 곳이 군왕대란 설명이다.

군왕대에 오른 세조는 ‘내가 비록 왕이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不忘之地)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구나’하며 한탄했다고 한다. 20여 평 남짓한 이곳은 예부터 십승지(十勝地)의 대혈(大穴)자리로 명당 중 명당이라 한다.

그 곳에서 남쪽 국사봉을 바라보면서 희망했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바른 사회관, 국가관, 민족관을 갖추고 국제정세를 읽어 내는 예지를 갖추어야 한다. 거기에 애민(愛民)하는 대통령이라면 ‘성군’이 아닐까.

군왕대에서 내려와 대광보전 우측편 있는 백범 김구의 거처를 돌아보았다. 거처 문 앞에 걸린 ‘양심건국(良心建國)’이란 친필 휘호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오늘의 시국이 68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허탈했다. 돌아오는 길에 마음의 고요와 정치의 안정,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원했다. 꼭 20년 전 우리가 겪었던 IMF 환란보다 더 큰 어려움이 닥칠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라 했지만 몸과도 같다. 법은 옷이고 정치는 화장(化粧)에 비유되곤 한다.
옷이 예쁘고 화장이 곱다해도 건강을 잃으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경제가 무너지면 좋은 제도, 좋은 대통령을 뽑은들 국민의 삶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요즘 가계, 기업, 국가경제의 3중고는 날로 심각하다. 이렇듯 우리는 민생불안, 경제 불평등, 사회 불공정이 악화되는 ‘3불(三不)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면 표퓰리즘이 또 난무할 것이다. 덩달아 정부 정책의 리스크도 커질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남의 얘기가 아닐 수 있다.

그 반증은 이렇다. 출산율 저하, 생산가능 인구 감소 등 사회구조가 일본과 유사하다. 게다가 한계기업이 점증하고 가계부채도 올해 1500조 원에 달해 폭발 직전이다.

그런데도 심각성만 지적할 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는 없다. 국가의 리더십도 부재하고 민생은 뒷전이다. 다만 사활을 건 대권경쟁은 ‘염불보다 잿밥’이다.

정부도 경제를 낙관하며 추경예산을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못된 습성도 한몫하고 있다. 규제완화니 재정을 통한 내수 진작, 수출지원 통상정책은 말뿐이지 요원하다. 창조경제니 문화융성을 들먹이며 재벌을 상대로 이권과 뇌물을 거래했다. 정작 기업의 구조조정과 미래 먹거리 4차산업 투자는 인색했다. 머잖아 부메랑으로 다가 올 것이다.

이런 정경유착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다시 2017년, 10년 주기의 공포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의 달러장사가 시작되면 외환과 재정 부족, 부동산 붕괴로 이어지고 금융기관 도산도 배제할 수 없다.

미.중(美中) 간 패권싸움은 날로 동북아를 긴장 시키고 있다. 김정은의 핵전술과 트럼프의 도박 같은 제로섬게임 충돌을 상상하면 오싹할 뿐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사회 발전의 족쇄가 됐던 기득권 구태를 청산해야 하는 중차한 시기를 맞고 있다. 난세에 영웅인 난다고 했다. 세종대왕의 리더십과 정조대왕의 변혁의 덕목을 갖춘 ‘성군’을 기대한다면 견강부회가 될까.

새해는 무너진 상식과 원칙을 복원하고 민생을 살리는 대통령을 희망한다. 국격을 회복하고 자존을 되찾는 그런 정권이 들어서길 고대한다.

[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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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일 2017-01-04 18:43:04
현상인식을 고전에 바탕으로 풀어주심에 감사*^^~ 늘 좋은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