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찰 발목잡는 ‘관공서 주취소란’
[기고] 경찰 발목잡는 ‘관공서 주취소란’
  • 이호훈 순경 대전서부경찰서 내동지구대
  • 승인 2017.01.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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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1인당 연간 알콜 섭취량이 14.80L로 세계 13위, 아시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우리국민의 음주문화는 사회생활 연장이자  친목도모 수단, 스트레스 해소 등 긍정적인 기능을 갖고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타인에게 폭언이나 폭행, 심지어는 우발적인 살인·강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한민국은 유독 음주 후 사고에 대해 관대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파출소와 지구대에서 하는 하루일과가 주취자와의 입씨름인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경찰이 본연의 임무 수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3년 3월 22일부터 새로운 경범죄처벌법(제3조 3항: 술에 취한 채 관공서에서 거친 말과 행동을 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은 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처분)을 신설,  주취소란에 대한 처벌을 강화됐다.
법 시행 이후 경찰은 관공서 주취 소란 근절을 위해 적극적인 대처와 대국민 홍보강화, 지속적인 단속을 펼쳐왔다. 그 결과 어느정도 주취폭력이나 소란이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경찰들에겐 가장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일선 파출소나 지구대에선 주취소란이 발생했을 때 30여 분 정도 채증을 통해 입증자료를 확보한 후 입건절차를 밟는다. 이 경우 주취소란자에 대한 30여 분 가량 채증 및 관련 서류 작성에 최소 2명의 경찰관이 매달려 1시간 이상을 소요하게 된다.
결국 어딘가에 1시간 이상의 치안공백을 초래하게 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한테 돌아가게 된다.
특히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위급한 상황 발생시 촌각을 다퉈 현장으로 출동해야 하는 경찰업무 특성을 감안할 때, 주취소란으로 인한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할 때가 있다. 
따라서 관공서 주취폭력을 안이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심각 정도에 따라 경범죄처벌법 보다 수위가 강한 예외조항 신설 등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주취소란이 가벼운 범죄행위가 아님에도 술로 인한 실수로 가볍게 치부하거나 관대한 처분을 기대하는 기존 사고방식을 과감히 버리는 국민적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주취소란이 경찰의 발목을 잡아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두의 주의가 필요하다. ‘관공서 주취소란 근절’이 경찰만이 외치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적극적인 이해와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호훈 순경 대전서부경찰서 내동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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