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도 배우기 전 영유아도 사교육에 몰린다
[사설] 말도 배우기 전 영유아도 사교육에 몰린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01.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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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열풍이 영유아로까지 번지고 있다. 요즘 영유아 자녀를 둔 엄마들은 자녀 교육 시기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크게 앞당겨 조기 교육에 매진하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 만 2세 아동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세 아동의 주당 사교육 횟수는 2.6회, 1회당 교육시간은 47.6분이었다. 일부는 하루 일과의 4분의 1을 사교육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교육 열정은 남다르다.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영어니 수학이니 이런 것들을 가르친다고 교육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사회·정서발달이 시작되는 영유아기에 무분별한 사교육은 불안이나 우울,공격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옛날에는 농사짓는데 소까지 팔아 대학을 보낸다 해서 ‘우골탑’이 생겨났다. 최근에는 남편 월급만으로는 자녀 학자금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해서 엄마까지 돈 벌이에 나서 ‘모골탑’까지 등장했다.
때문에 저출산 추세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도 사교육비는 줄어 들지 않고 있다. 이런 사교육 열풍을 줄이기 위해선 부모들의 가치관도 바뀌어야 한다. 핀란드와 영국·독일·이스라엘은 취학 전 문자 교육을 금하고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글자를 배우면 상상력을 펼칠 기회를 빼앗긴다는 것이다. 언어 능력을 관장하는 뇌는 7~8살이 돼야 본격적으로 발달한다. 그래서 언어·문자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 후 받는 게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랬다간 이상한 부모 취급당한다. 그렇다고 엄마 품에서 말도 배우기 전에 사교육에 뛰어 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학 수업료보다 비싼 영어전문 유치원이 즐비하고 명문으로 입소문이 퍼져 지원생이 몰리면 유아들에게 영어로 입학시험을 보게 하는 곳도 있다.
부모들은 항상 내 아이가 남보다 뒤처질까 늘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내용 가운데 취학 전 교육비가 3조 원을 훌쩍 넘는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도 나왔다.


벌기도 힘든데 사교육비가 늘어만 가니 아이 낳기가 두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교육 열풍은 경쟁사회가 빚은 또 하나의 ‘비정상’이되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출발점은 성적 만능주의에 젖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행복할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개선돼야 한다.
엄마들이 자녀의 행복을 자신의 만족과 바꾸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영유아학원은 오히려 기형적으로 증가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는다. 경기침체에 아랑곳없이 영유아에 대한 사교육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상당수 부모들은 지금의 사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니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교육이 바로서야 사교육이 줄 것이다. 국공립 보육시설 증설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수업 난이도 조정 등 국가적인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
[충남일보 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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