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박정희·이병철 신화(神話)의 몰락
[김강중 칼럼] 박정희·이병철 신화(神話)의 몰락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01.17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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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새해도 보름이 지났다. 새해의 설렘보다 비애의 아릿함이 크다.

우리 모두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일 것이다. 영신(迎新)의 다짐도 잠시뿐 기로에 선 대한민국은 너무나 혼돈스럽다.

세습 재벌들의 반복되는 청문회를 지켜보는 것도 이제는 지겹다. 희망 없는 후대들은 이들의 갑질에 얼마나 더 상처를 받아야 할까.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대한민국이 이들의 적폐로 무너졌다. 이제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얕잡아 볼 정도로 헬조선은 확대됐다.
강자들만 독식하는 정경유착의 업보가 아닐까. 반세기 동안의 부(富)와 권력의 대물림은 희망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분야도 내리막으로 돌아섰다. 그토록 요구했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저버린 결과다.
특검과 탄핵 정국 속에 리더십이 실종됐다. 날로 경제, 안보, 주변국 정세는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화 30주년을 맞는 2017년, 희망 보다는 우울함이 앞선다. 2017년 달력을 걸어두고 1970년대식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음산한 통치에 원칙과 상식이 무너진 낭패감 때문이다. 국제 정세가 요동을 치지만 외교는 없다. AI가 창궐하고 물가가 폭등해도 장관들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 불안은 커지고 있다.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민도(民度)라 했다. 선출한 권력이 군주민수(君舟民水) 상황이니 국민도 할 말이 없다.
최순실과 몇 사람이 국정을 농단(壟斷)하면서 치욕스런 나라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박 대통령에게만 돌을 던지기도 온당치 않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국회와 정치권도 장단에 춤추며 놀아나지 않았던가. 직무를 유기했으니 그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권력에 아부한 검찰, 감시견이길 포기한 언론도 책임이 막중하다.

본분을 잊은 이기적인 사회풍조도 기인한바 크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어둠을 몰아내듯 구조적인 폐단이 척결되기를 소망한다.
마침내 특검은 불가침 성역인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SK 최태원 특별사면, 롯데면세점 특혜의 신동빈 회장에게도 칼날이 향했다.
세상에 공짜가 없는데도 이들이 건넨 뇌물은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삼성이나 롯데나 세금 적게 내고 회장 승계를 서두르다 미수에 그친 결과가 아닐까.

박영수 특검팀은 경제 파장보다 재벌개혁을 우선하는 판단을 했다. 그 방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제 박정희, 이병철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리셋 코리아’를 외치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한 것이어서 찬사를 보낸다. 연인원 1000만 촛불은 우리 사회의 결핍과 불안 해소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와 분배가 이뤄지고 계층, 이념, 지역 간 서로를 존중하는 열린사회가 됐으면 한다.
이런 만큼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차하다. 이참에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사슬도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럴 때 나라가 반석 위에 놓여 질 수 있다. 나아가 한국경제를 살리고 생떼를 쓰는 중국, 일본과 대응할 수 있다.

이미 세계는 정치, 경제, 사회의 격변기를 맞고 있다. 그 해결책이 ‘정치의 교체’가 될 것인지, ‘정권의 교체’가 될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사회 통합과 경제 살리기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대권주자들의 정체성 없는 행적과 돌변의 수사(修辭)를 볼 때 요원할 것이란 짐작이다. 구태의 정치프레임도 여전해서 이번에도 부동표는 고민이 클 것이다.
야권의 어느 후보는 서울시장 밀약을 나누며 ‘따 논 당상’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탐탁치도 않지만 20년 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보는 느낌이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전 UN 사무총장도 ‘진보적 보수주의자’를 자처하고 대권에 가세했다. 사회적 통합을 위한 ‘반기문식 제3의 길’이라 한다. 보수, 진보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양자방 전략이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비춰진다. 국민들 입맛에 어떨지 지켜볼 일이다.
또 어느 당은 총선에서 낙선한 사람도 대선 출마를 선언해 아연스럽다. 인물의 기근과 ‘고희(古稀)의 노욕’을 보는 것 같아 애처롭다.

이 뿐인가. 한 때 폐족으로 몰렸던 어떤 지사는 도정(道政)도 인정받지 못하면서 야욕을 부리고 있다. 성난 국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 등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이합집산이 시작될 것이다. 이념과 정책과 무관하게 야합의 연대로 대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일본을 닮은 우리는 부동산 폭락과 기업의 부도, 실직과 자살 등 사회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어느 후보도 이런 예측과 방안을 제시한 이가 없다.

가계나 기업, 정부 공히 위기를 맞고 있다. ‘그 나물에 그 밥’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불쌍한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바른 사회관, 국가관, 민족관을 갖추고 국제정세를 헤쳐 나가는 예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도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지력과 체력, 친화력을 겸비하고 미국경제를 살린 오바마 같은 대통령을 둘 수는 없는가.
모레면 대설(大雪)이다. 설을 쇠고 나면 머잖아 봄이 올 것이다. 나무는 꽃을 버릴 때 열매를 맺는다. 마리화나 같은 부정부패를 버리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

[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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