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판 언행, 공약은 국익·품위 고려해야
[사설] 선거판 언행, 공약은 국익·품위 고려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1.1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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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후보들 간 신경전도 날이 서면서 언행은 물론 공약이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들도 많아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후보 간 상대를 폄하하는 등 거친 표현들이 벌써부터 나오면서 과열성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 총장이 설전을 벌인 것이 그 사례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을 향해 “그 분은 기득권층의 특권을 누려왔던 분”이라며 “마른자리만 딛고 다닌 사람은 국민의 슬픔과 고통이 무엇인지 느낄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고 폄하했다.
반 전 총장은 이를 받아 “내가 문 전 대표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 한국의 변화를 더 많이 겪었다고 생각한다”며 “몹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때 땅바닥에 앉아 공부했다”고 했다.

‘마른자리’와 ‘땅바닥’ 중 어느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는 당장 알 길이 없으나 유력 후보들 간 언쟁 치고는 격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막연한 추측으로 타인의 삶을 일방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일반인도 좀체 하기 어려운 결례지만, 앞으로 대선전이 가열되면 어떤 험악한 일들이 벌어질지 예측불허인 것도 사실이다.
우리 정치의 격이 무너진 지는 오래됐지만, 사회가 각박해진 탓인지 갈수록 험구(險口)가 도를 넘고 있다. 두 후보 간 언쟁은 이에 비하면 오히려 점잖은 편이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의원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놓고 새누리당 내홍이 격화했을 당시 저질스러운 욕설이 오간 것은 지금 돌이켜봐도 부끄럽다. ‘악성종양’, ‘똥을 싸놓고’,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 ‘정치고 나발이고’ 등의 막말이 수도 없이 이어졌다.

오죽하면 정진석 원내대표가 선친인 정석모 전 내무부 장관을 인용하며 “정치인은 말이 생명이다. 말로 살고 말로 죽는 것이 정치인이니 입안에 오물거리는 말의 65%는 하지 말라”고까지 했을까.
정치인들의 막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가만히 있으면서 조용히 묻혀가는 것보다 욕을 먹더라도 목소리를 높여 주목받는 편이 낫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의원들도 더러 있긴 하다. 하지만 정치권의 언어 공해가 사회에 전파하는 심각한 오염도를 고려하면 조용히 묻혀가는 것이 훨씬 더 바른 처신이라고 본다.
일전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 “정치나 공직 경험자가 일선에서 물러나 계셔야 극한 대립이나 갈등을 중재할 수 있다”는 글을 올리며 ‘65세 정년 안’을 내놨다. 법과 상식을 무시한 주장일뿐 아니라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을 앞두고 특정인을 겨냥한 막무가내식 궤변일 터이다.

앞으로 대선 출마선언을 하는 후보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그 수가 20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들을 에워싸고 있는 대선캠프 인사들까지 합하면 대선 종사자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다들 이번만큼은 인격에 걸맞은 언격(言格)을 갖춰, 매번 되풀이해온 ‘저질·막말 대선’의 꼬리표를 뗐으면 한다.

[충남일보 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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