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살처분 한국가금류 일본보다 28배
AI 살처분 한국가금류 일본보다 28배
韓 3203만 vs 日 114만마리… 정부 대책마련 추진
  • 권오주 기자
  • 승인 2017.01.1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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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국보다 사육밀도 낮고 방역인력은 2배 많아"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방역 시스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대책마련을 추진할 것으로 에상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살처분한 가금류 마릿수가 비슷한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보다 28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런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AI 방역 제도개선 지원 태스크포스(TF)’는 일본 현장을 방문 조사한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해마다 AI 발생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방역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5일 TF를 꾸렸으며, 같은 달 25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농림수산성과 AI 발생지인 아오모리현(靑森縣), 현지 양계협회 등을 방문했다.
방문 조사에는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대한양계협회, 농촌경제연구원 등 관계자도 참여했다.

◇사육밀도 낮은 일본… 살처분 피해 28배 차이= 조사단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11월 28일 일본 아오모리현 농가에서 처음으로 AI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현재까지 전국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자치단체) 가운데 6개 지역에서 총 8건이 발생했다.

살처분된 가금류 마릿수는 산란계 100만 마리를 포함해 15일 기준 총 114만 마리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최초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 두 달여 만에 3203만 마리가 살처분된 한국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 간 가금류 사육 환경 차이 때문이라고 조사단은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닭 사육 마릿수가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많지만, 국내와 달리 중소규모 농가가 밀집한 사육단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만큼 집단 사육지가 적어 사육밀도가 낮다는 의미다.
또 일본은 10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대규모 농가가 20호 정도 있지만, 저마다 산속 등 고립된 지역에 있어 주변 농가로의 확산 위험도 크지 않다.

실제로 아오모리현의 AI 발생농가의 경우 10㎞ 이내에 농가가 7곳에 그치지만, 한국 전북 김제의 경우 10㎞ 내 농가가 410곳에 달했다.
‘AI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리 사육 마릿수가 일본에서는 50만 마리에 그치는 것도 한국(877만 마리)과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오리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고, 배설물 등을 통해 바이러스를 대량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같은 산업구조의 차이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AI 방역에 유리한 측면이 있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일본, 방역인력 즉각 총력전 vs 한국, 늑장대응= 사육 환경과 별개로 방역 시스템의 경우 기본적인 인력 규모와 대응 절차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소비안정국 동물방역과(45명), 동물 검역소(416명), 동물위생연구소(369명), 동물의약품검사소(79명) 등 중앙정부의 방역 관련 담당 인력이 900명을 웃돌았다.

중앙정부의 축산산업 진흥과와 방역 담당과를 분리해 평상시부터 AI 예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한국은 농식품부 축산국 내 방역총괄과 및 방역관리과(22명), 검역본부(424명) 등 446명에 그치고 있다.
지자체 방역인력 역시 일본의 경우 1개 현당 44명으로 수의사만 2000여 명이다. 한국(시·도당 22.5명)의 두 배에 달한다. 일부 국내 지자체에는 방역 업무를 총괄할 수의사가 아예 없다.

AI 발생 시 대응 방식도 다르다.
일본은 총리를 본부장으로 내각 AI 대응본부와 농림수산성 방역대응본부, 발생 도도부현별로 대책본부를 설치해 운영한다.
살처분 정책도 24시간 내 살처분, 72시간 내 매몰을 원칙으로 사전 인력을 확보해 놓되 일정 규모 이상 넘어가면 자위대를 동원한다.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11월 28일 AI가 발생하자 2시간 만에 아베 총리가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하고 진두지휘를 했다.

한국은 농가 최초 신고 이후 26일이 지나서야 범정부 차원의 AI 관계장관회의를 처음 열었다.
여기에 한국은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별 위기경보로 대응을 달리하다 보니 발생 한 달이 지나서야 ‘심각’ 단계로 격상돼 늑장대응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 밖에도 이상 증상 등 질병 발견시에만 신고를 하게 돼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AI 사전 예방을 위해 매달 농가에서 가금류 폐사율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돼 있다. 백신은 한일 양국 모두 지침상 사용이 가능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백신 비축은 일본(H5N1형 410만 마리분)만 하고 있다.

다만 일본에서도 백신은 오히려 AI를 확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실제 사용은 현 단계에선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조사단은 덧붙였다.
농가 단위의 책임방역이 철저히 이뤄지는 것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라고 조사단은 강조했다.
이주명 TF 단장은 “일본 같은 경우 과거 AI 발생으로 폐업한 농가가 많아 ‘AI에 걸리면 망한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일본같은 경우 농장 단위의 행동요령을 정확히 정리하고 이를 이행하는지 몇 차례이고 정확히 점검하고, 이행 여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살처분 보상금 감액 기준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방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AI 방역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충남일보 권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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