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진짜보수 가짜보수
[한내국 칼럼] 진짜보수 가짜보수
  • 한내국 부국장
  • 승인 2017.02.02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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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무총장을 연임하고 한국 대통령선거에 도전한 반기문 전 총장이 결국 뜻을 접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해부족과 준비부족이 원인이다.
한국정치에 대한 이해부족과 자신이 스스로 문제를 찾고 이를 개혁하려 하는 생각을 담을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분이 지닌 달란트가 소중하게 사용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는 그러나 보수 진영의 대선 입지가 더욱 옹색해지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남의 집 잔치에 들러리를 서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후보 기근이 극심하다. 그나마 몇 안 되는 후보들조차 사분오열돼 단일후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처럼 심각한 보수 와해 조짐은 사상 초유의 기현상이다. 보수 위기론이 급부상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할 경우 기본적인 보·혁(保·革) 구도가 와해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나눠진 야당후보들 만큼이나 보수후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제는 균형이다. 보수와 진보는 각자의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보수, 진보 간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은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존사회를 위한 안전판이자 버팀목이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 이후 여권의 후보 면면을 보면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에다 아직 출마 여부가 불확실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정도다.

이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해야 20% 정도다. 군이 보태자면 안철수 국민의 당 전 대표도 보수에 들만하다. 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도합 60% 안팎인 것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야권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50대 후보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며 각각 10% 안팎의 지지율로 선전하고 있다. 야권 전체에 투영되는 그 반사이익도 만만치 않다. 더욱이 반 전 총장이 보수층에 남긴 상흔이 적지 않다.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일순간 무너지면서 생긴 심리적 공황과 무기력증이다. 아예 대선판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보수 지지자들이 많다고 한다.
반 전 총장을 좇느라 다른 후보를 발굴할 시간과 에너지를 상실한 기회비용의 손실도 계산해 봐야 한다. 이래저래 상당히 기울어진 대선판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정확한 판단인지 알 수 없으나 일각에서는 아직 국민들의 선택권이 훨씬 낮게 반영된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말없는 보수의 침묵을 가리키는 점이라는 것이다. 30-40%를 차지하는 전통적인 보수층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선거판이 기울어졌다고 표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든 보수 세력의 위기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흔히 보수는 다소 부패했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다소 깨끗하지만 무능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우리 보수는 이런 속설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다소 부패한 것이 아니라 아주 많이 부패했고 그렇다고 해서 유능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4·13 총선의 새누리당 공천 파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오만과 독선, 도덕적 추락은 이미 한계를 벗어났고, 그 결과가 지금 대선 판세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탄핵 이후 민심을 지켜봐야 한다거나 위기에 처한 보수층이 재결집할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관측도 무의미하다.
이보다는 참된 보수의 가치를 찾는 것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가짜 보수를 털어내고 진짜 보수를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사생결단의 노력을 해야 한다. 후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장자莊子 열어구편(列禦寇篇)에는 소인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주팽만이 용을 죽이는 방법을 지리익에게서 배우는데 천금이나 되는 가산(家産)을 탕진하고 삼 년만에야 그 재주를 이루었지만 그것을 써먹을 곳이 없었다(朱 漫學屠龍於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成技, 而無所用其巧)고 한다.

이를 본 장자는 “성인은 필연적인 일에 임할 때에도 필연으로 여기지 않으므로 마음속에 다툼이 없지만 범속한 사람들은 이와 반대로 마음속에 다툼이 많다”고 지적했다.
소인들은 사소로운 일에 얽매여 대도(大道)를 이룰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여전히 진짜 보수를 자처하고 있다는 국민 40%가 진정한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려는 대인배와 그렇지 못한 소인배를 지켜보고 있다.

[충남일보 한내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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