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바이러스 천국’, 달라진 건 없다
[김강중 칼럼] ‘바이러스 천국’, 달라진 건 없다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02.14 17: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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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의 연례행사가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 대한민국은 가히 ‘바이러스 천국’이다.
언제까지 바이러스 공포에 떨어야 하는가. 지난해 말 A형 독감 유행으로 병원마다 환자가 넘쳐났다. 그 때쯤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확산되면서 3000여 만 마리의 가금이 살처분 됐다. 사람도 동물도 해마다 바이러스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이다,

국민들은 이런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해서 송년회, 해맞이 등을 자제했다. 그 여파로 지난 연말의 경기는 실종되고 내수경제는 빈사지경이 됐다.
또 다시 구제역으로 축산농가가 비상이다. A형,O형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에 발생해서 방역에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설상가상 노로 바이러스까지 겹쳐 해산물 안전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육식과 해산물을 기피하고 야채만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야채 값도 오르면서 주부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그토록 당하고도 정부의 ‘사후약방문’은 여전하다. 외양간을 고치기는 커녕 피해만 커지고 있다. 정부의 뒷북행정과 위기관리 한계는 변함이 없다

메르스, 세월호를 겪고도 정부의 로드맵과 컨트롤 타워, 시스템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최순실 정국으로 무너진 기강과 국정의 표류도 한몫했다.
누구나 한 번의 실수나 과오는 상대방 탓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의 실수는 자신에게 있듯 정부는 관리 책임을 면키가 어렵게 됐다.

좀 더 따진다면 매년의 홍역 같은 전염병을 철새 탓, 열악한 사육환경의 탓은 입에 발렸고 만성이 됐다.
이쯤이면 국민들은 왜 세금을 내야하는지 알 수 없다. 속절없이 고통을 참고 견뎌야하는 국민들만 불쌍할 뿐이다.

대선 정국에도 정치권은 애달픈 축산농가에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대권’에 팔려 횃불이니 태극기니 하며 진영싸움에 혈안이다. 그러고도 이들은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또 다시 현혹하고 있다. 정치권에 무엇을 해주길 바라는 국민들은 지쳐 버린 지 오래됐다.
국론 분열과 도탄으로 몰고 가는 ‘정치 철새’들은 바이러스에 왜 전염이 안 되는 것일까. 아마도 이들의 면역력은 뻔뻔함과 비릿함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매년 소, 돼지를 이렇게 생매장하는 나라가 국운의 융성을 기약할 수 있을까. 사람은 물론 정권도 선업과 악업의 끝이 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어디 축생들뿐이랴. 어른들의 탐욕으로 참사를 당한 학생들, 이유도 모르고 변사한 군인들, 안전 불감으로 희생당한 무고한 시민들 셀 수가 없다. 출발과 희망을 알리는 봄이 오면 허탈하고 수수롭기가 그지없다.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무엇 때문일까. 조류 독감(AI), 구제역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해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 호흡기로 전이되는 만큼 한 마리가 감염되면 나머지 가축에게 급속 전파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구제역은 초기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번에도 늑장대처로 충북 보은 젖소농장에서 전북 정읍 한우농장으로 O형 바이러스가 번졌다.

또 경기 연천 젖소농장, 보은 탄부면, 보은 마로면 주변 농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농장을 드나드는 사람과 차량을 초기에 통제를 못한 탓이다. 그 결과 피해 상황도 1200마리를 넘어섰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발생한 AI도 현재 진행되고 있다.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확진 판정이 나온 뒤 살처분된 가금류가 3000여 만 마리를 넘어섰다. 산란계가 3분의 1, 번식용 닭 절반이 살처분되면서 계란 품귀로 이어졌다.

이처럼 해마다 겪는 일이라면 연중 축사와 출입자 상시소독은 상식이 아닐까. 또 정부도 살처분되는 비용으로 체계적인 방역시스템 구축과 사전관리를 선행했어야 했다.
방역망이 뚫린 뒤 백신을 놓고 축사를 소독을 하는 일은 호들갑이 아닐 수 없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매번 위기관리 요식을 보는 것 같아 한심할 뿐이다.

국민들 판단만도 못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겨울 독감이 유행할 때 독감주사를 맞는 것은 때를 놓친 것이다. 항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겨울이 오기 2달 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걸핏하면 해외연수를 다니면서 속수무책의 정부 대처에 국민들은 분통이다.

새삼 JF 케네디의 어록이 되뇌어 진다. ‘국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가를 물어보라’란 말이 있다.
나라가 정의롭지 못하면 국가의 정의를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면 정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누가 주인이고 이 나라가 정의로운 사회일까란 회의가 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념,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탄핵정국 속에 반복되는 최순실, 고영태 뉴스에 국민들은 멀미난다고 이구동성이다. 오늘의 정국과 시대적 상황은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국민의 안전, 정권의 안전도 지키지 못한 영혼 없는 군상(群像)이라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아베와 트럼프는 한반도를 놓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 래시피를 만들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주변국 안전을 운운하며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국과 힘겨루기에 들어간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안보 등 작금의 상황이 구한말과 같다. 임진왜란과 6·25동란 발발의 원인이 무엇일까. 전쟁도 바이러스도 혼란과 방심(放心)의 결과가 아니었던가.

[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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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일 2017-02-21 13:09:28
칼럼에 공감합니다. 선진 대한민국을 위한 처방전을 만들어 주심에 감사^^ 지속적인 좋은글 바랍니다. 有備無患이란 말을 남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