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사설] 법원의 냉정한 판단을 기대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02.1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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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역사상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파는 만만치 않게 됐다. 78년의 삼성그룹의 동요나 위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경제 전반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 같다.
그룹 전체 연간 매출액이 300조 원에 달하고 그 가운데 삼성전자는 국내 제조업 매출의 11.7%,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하는 간판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상태에서 아들인 이 부회장 마져 구속되면서 삼성은 사실상 사령탑을 잃어버린 셈이 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충격파는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구속이 곧 유죄는 아니다. 하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과 무관하게 총수 공백으로 인한 삼성의 경영 차질은 불가피하게 됐다.
삼성이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란 점에서 후폭풍은 더욱 거셀 수 밖에 없다.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이 부회장이 구속되어 우려는 더 크다. 일각에서는 사법부가 과도하게 법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 일지도 모른다.
이 부회장은 3년 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15개 기업을 사들였다. 그의 리더십 아래 삼성은 갤럭시 노트7 파동에도 견뎌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수감된 상태에서 앞으로 삼성은 대형 기업인수합병이나 신사업 발굴 등 공격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을 모양이다. 당장 삼성 내부의 인사·채용이나 경영계획 수립도 차질을 빚을 것이 뻔하다.
지주회사 전환 등의 기업 지배구조 개편도 당분간 중단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추어 삼성의 경영 공백은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걱정이다.

재계도 한국 최대 기업집단인 삼성의 경영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기에 재벌 총수라도 잘못이 있으면 처벌받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세계적 기업 총수를 구속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는 이 부회장을 구속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하는 형사법상 기본원칙을 법원 스스로가 무시한 것 아닌가 묻고 싶다.
삼성전자는 한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구속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삼성이 잘못되면 해외 경쟁업체들만 웃을 뿐이다.

삼성은 흔들리지 말고 정교한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벌써 외신들은 ‘삼성 후계자 부패 스캔들로 구속’ 등의 속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성이 중심을 잃으면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법원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주길 기대한다. 물론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있는 죄를 없는 것으로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재벌 총수라고 해서 없는 죄를 뒤집어쓰라고 해서도 안 된다. 법원이 냉정히 판단하기 바란다.

[충남일보 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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