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외로움을 넘어 고독으로
[양형주 칼럼] 외로움을 넘어 고독으로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2.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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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시대>라는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졸혼’은 졸업할 ‘졸’(卒) 자에 결혼 ‘혼’(婚) 자를 쓴다. 작년 한 해 네이버에서 검색어 2위가 바로 ‘졸혼’이었다.
사랑스럽고 친밀해야 할 결혼관계로 고통 받고 고민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졸혼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혼하자는 말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기존 전통적인 개념의 결혼관계를 새롭게 정의하자는 것이다. 이전에 서로를 구속하고 옥죄던 관계에서 이제 서로가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주자는 것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꿈을 실현하고, 서로를 존중해주고, 거리를 두면서도 친밀한 우정을 지켜가면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 중 하나가 부부는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서 임원을 했던 분이 은퇴를 하고 직장생활 내내 벼르고 별렀던 크루즈 여행을 아내와 함께 떠났다. 너무 즐겁고 좋았다. 그래서 이후에 아내와 골프 치려고 돌아다녔다. 또 백화점도 같이 갔다. 백화점 화장실에서는 아내의 가방을 들고 기다리기도 했다. 비슷한 자세로 기다리는 남자들과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속으로 ‘이런 쪽팔림이야말로 진짜 행복 아니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내가 쭈뼛거리며 어렵사리 말을 꺼낸다. “이제 좀 나가 놀 수 없어?” 그동안 자신이 아내와 시간을 같이 보내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아내가 나를 위해 같이 놀아준 것이었다.

무슨 말인가? 서로가 같이 있다고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는 것이다. 이제는 서로의 삶을 존중해주고, 각자의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음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은 은퇴하고 외로워하지만, 아내는 이미 남편 없는 외로움의 시기를 남편이 없어도 극복하는 방법을 나름대로 체득했다. 현대인에게 외로움이란 감정은 참 사람을 힘들고 불안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 역시 이 외로움의 문제를 서로의 관계에서만 해결하려고 이제 걸음마를 떼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만 외로움을 해결하려 하다가는 서로를 옥죄고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예일 대학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쳤던 헨리 나우웬은 그의 책 <영적 발돋음>에서 오늘날의 시대를 이렇게 진단했다. “외로움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있음에서 찾아야 한다는 환상을 떨쳐 버리기가 어려운 시대”다.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마음의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켜, 고독하게 살아야 한다. 삶의 방식을 외로움에서 고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외로움(lonliness)을 고독(solitude)으로 바꿀 때 우리는 외로움을 극복하고 더 삶의 풍성한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다.[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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