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환경을 따져 출산대책 세워라
[사설] 근로환경을 따져 출산대책 세워라
  • 충남일보
  • 승인 2017.02.23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 때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다. 70~80년대 대한민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인구정책 구호가 생각난다. 불과 20~30년 전 출산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인구증가를 걱정했었는데 이제는 저출산이란 과제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소득이 높을수록 결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성은 고소득·고학력일수록 미혼으로 남을 확률이 높고, 남성은 저학력·고소득일수록 미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 수는 1년 전보다 3만2000명 감소했고 합계출산율도 1.17명으로 낮아졌다. 보건복지부는 초저출산 추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출산 대책을 다시 점검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일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직장인이 10명 중 7명 이상이 이같이 응답한 여론 조사 결과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직장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시설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육아휴직 제도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외형적으로 보면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규정이 잘 만들어졌다. OECD 31개 회원국 중 유급 남성 육아휴직 기간만 해도 52주로 가장 길다.
그래서 아빠, 엄마가 직장인이면 모두 1년씩 총 2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제도 자체는 선진국 수준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만약 규정대로 육아휴직제를 쉽게 쓸 경우 직장에서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성 직장인은 그래도 인식이 개선됐지만 남성 직장인은 말조차 꺼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남성 육아휴직은 제도만 화려할 뿐 이용률이 부진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육시설 등에 아이를 맡기려 해도 마땅치 않다. 툭하면 아동학대나 성추행 사건에다 안전사고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불안스럽다. 게다가 조건이 좋아 아빠, 엄마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보육시설은 태부족인데도 무대책이다.
정부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여 역부족이다.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외치기 전에 비약한 육아환경 정책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통계청 조사 결과 결혼한 부부가 출산 기피 현상이 세 쌍 중 한 쌍 꼴이고 결혼 3~5년 후에도 출산을 기피하는 경우도 다섯 쌍 중 한 쌍으로 집계됐다. 때문에 저출산 추세는 쉽게 되돌려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젊은이들에게 현실에 맞도록 일과 가정, 근로 환경에 맞게끔 개선대책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청년 실업이 미혼과 만혼을 낳고 취업한 여성은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하더라도 보육의 어려움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린다. 이런 인과관계의 연결고리를 끊는 혁명적인 출산대책으로 바꾸지 않으면 출산율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충남일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