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브레이크 없는 열차 마주보고 달려선 안 된다
[사설] 브레이크 없는 열차 마주보고 달려선 안 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02.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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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 지고있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태극기를 지켜들고 군중집회에 나서고 있다. 또 탄핵에 찬성하는 ‘비상국민행동본부’ 역시 촛불을 앞세우고 집회를 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임박하고 특검기한 만료를 앞두고 양측이 일촉즉발 충돌 사태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헌재 재판관, 특검 관계자, 일부 정치인에 대한 테러설까지 나돌자 경찰이 신변보호에 나서는 등 초 비상사태로 접어들고 있다.
헌재 주변에는 경호요원들이 실탄을 장전한 총을 휴대하고 특검 재판관을 지키는 실정이다.헌재 재판관 8명이 이미 경찰의 24시간 근접 신변보호를 받고 있고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시위대를 피해 뒷문으로 퇴근하는 실정이다.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해치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닐 수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헌법 위반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야당의 대선주자들이 자기와 다른 결정을 내린다면 불복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니 지도지의 자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런 생각이야말로 명백한 탄핵감이나 다름없다.또 대통령 대리인단 김평우 변호사 역시 헌재 법정에서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 주면 시가전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고 한 말도 지나쳤다.

나라가 탄핵 찬반으로 찢어지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헌재 결정에 승복하자는 공감대가 확산되어 국민 모두가 자중해 주었으면 한다. 질서정연한 집회 모습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우리의 ‘광장 민주주의’가 폭력 사태로 번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시대가 변화해 요즘에는 승패가 주는 부작용이 커서 적절한 선에서 합의를 보는 조정제도가 발달됐다.그러나 모든 사건이 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것이 있는데 헌법재판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헌법재판이 가지는 의미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인하는 것이다. 당사자가 헌법을 어겼는지 여부를 옮바르게 판단해야 한다. 헌정질서 속에 교훈을 남기도록 민주주의 질서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탄핵재판의 선고를 앞두고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촛불이든 태극기이든 헌법재판소의 재판에 압력을 넣는 갈등이 표출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자기의 주장은 제기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재판관에 대한 인격모독성 발언부터 소송지휘권에 대해 수위가 높은 원색적인 표현을 제기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치켜들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법을 만든 이유는 만인과 만인의 투쟁을 종식하기 위한 것이다. 결과에 대해 승복하지 못한다고 해서 초비상사태로 번진다면 문명 시대가 야만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나 다름이다.
잘못하다가 브레이크 없는 열차가 마주보고 달리듯 역사를 뒤로 되돌리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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