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급하더라도 천천히
[양형주 칼럼] 급하더라도 천천히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3.05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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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파트 주민이 토요일 오후에 산책가려고 아파트를 나오다가, 핸드폰을 두고 나왔다. 다시 핸드폰을 가져오려고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 분은 아파트는 21층짜리 아파트의 18층에 살았다. 엘리베이터를 탄 후 빨리 가져올 생각으로 급하게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그 순간 저 멀리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대여섯살쯤 되는 사내 아이의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같이 가요!”
나같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분은 핸드폰을 빨리 가져올 생각에만 사로잡혀 그 소리를 듣고도 열림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그냥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18층에 내렸다. 그리고 내릴 때 맨 꼭대기인 21층 버튼을 눌러 놓고 내렸다. 그리고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내려가는 버튼을 눌러 놓았다.
왜 그랬을까? 핸드폰 가지고 나와서 곧바로 내려갈 수 있도록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었다. 이 분은 엘리베이터에 내려서 재빨리 아파트에 들어가서 핸드폰을 가지고 나왔다.
역시나, 엘리베이터는 예상대로 21층까지 갔다가 18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여유있게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 층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아까 “아저씨 같이 가요”하고 외쳤던 어린아이가 옆에 앉아서 울고 있었다. 왜 그런가 봤더니 그 아이의 아랫도리가 다 젖어 있었다.
아이가 원망석인 말투로 “아지씨 때문에 바지에 오줌 쌌잖아요”하고 소리치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미안하다’는 말도 하지 않고 못 들은 척, 모르는 척 하고 그냥 현관을 나와 버렸다.
이 분이 주차장에 있는 차까지 20미터를 걸으면서 너무너무 부끄러웠다고 한다. 자기 외에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인 철면피라는 생각에 마음이 괴로웠다.

우리는 급하게 서두르느라 주변의 어려움과 신음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달려가기에 바쁘다. 그러나 조금만 여유를 갖고 주변을 찬찬이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조금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굳이 엘리베이터 닫힘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5초가 지나면 자동으로 닫힌다. 급하게 몰아가다 주변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한다.

요즈음 우리 사회 주변이 온통 광기에 휩싸여 어디론가 정신없이 다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자기 주장만을 관철시키려 자기의 요구만을 외치며 다급하게 달려가다가 정말 들어야 할 소리를 놓치는 것은 아닌가? 주변에 배려해야 할 이들의 신음을 외면하고 달려가는 것은 아닌가?
이제 포근한 몸이 다가온다. 급하더라도 천천히 3월을 맞이하면 어떨까?[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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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2017-03-08 17:52:12
아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사자성어가 생각 나네요
공공장소에서 엘리베이터 닫힘을 누르지 말고 기다리는 배려와 여유를 가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