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맞벌이가 서러운 환경
[한내국 칼럼] 맞벌이가 서러운 환경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3.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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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의 장기화로 부끄러운 나라가 한국이지만 고령화의 급증으로 생산인구 감소와 함께 늘어나는 복지비용 부족 등 산적한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보통사람들의 살림살이가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맞벌이 부부들로 자녀양육환경의 개선되지 않는 제도가 이들을 더욱 옥죄게 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신학기 행사로의 시간 할애는 맞벌이부모 양육에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일상의 직업환경이 악화되고 직장 내 근무여건도 어려워지는데 자녀들의 각종 행사에 부모가 참석해야하는 일이 늘어난 때문이다.
신학기를 맞아 입학식에 이어 학부모 연수, 학부모 총회, 공개수업, 학부모 상담 등 각종 학부모 초청 행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맞벌이 ‘직장맘’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대부분의 행사가 일과시간에 열리는 탓에 일부러 휴가를 내지 않으면 참석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서울의 한 중학교에 첫째 아들을 입학시킨 직장맘 정모(42)씨도 마침 16일 있을 학부모총회를 앞두고 참석 여부를 고민하다 결국 마음을 접었다. 이달 초 입학식 참석을 위해 휴가를 냈는데 다시 또 휴가를 신청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씨는 “조만간 학부모 상담도 있어 휴가를 또 써야 할 것 같아 총회는 포기하기로 했다”며 “중학교는 자유학기제 때문에 선생님께 눈도장을 찍는 게 중요하다고 주위에서 그러던데, 총회에 못 가서 우리 아이가 찍힐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각종 학부모 관련 인터넷 카페에도 학기 초 각종 학부모 행사와 관련한 직장맘들의 고민 글이 넘쳐난다. 휴가 내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안가면 불이익은 없는지, 굳이 가야 한다면 어떤 행사를 가야 하는지 묻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러한 학부모 행사 관련 불만 민원이 쏟아지자 각급 학교에 공문 등의 형태로 학부모 수요 조사를 해 행사 시간대를 정할것 과 야간, 주말 등을 활용할 것 등을 적극 권고해왔다.
특히 법적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 행사의 경우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운영위원회 회의 일시를 정할 때는 일과 후, 주말 등 위원들이 참석하기 편리한 시간으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었다.
이 역시 직장에 다니는 학부모 위원의 참석 편의를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학교 자율로 날짜와 시간대를 정하는 학부모총회, 연수, 상담 등은 여전히 상당수 학교에서 ‘주간 개최’라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야간이나 주말에 학부모 행사를 열면 또 다른 불만 민원이 생긴다며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직장맘을 배려하지 않는 책임을 무조건 학교에 돌릴 것이 아니라 ‘자녀돌봄 휴가제’ 등을 일반 기업체로 확산, 정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하지만 여건상 이마저 지켜지는 곳은 없다. 제도적 미비와 환경의 미성숙 등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좋은 제도들이 양산되고 있으나 이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고 이 때문에 사회적 환경도 악화되는 점이다.
환경악화와 고쳐지지 않는 제도 탓에 갈수록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로 작용하는 한 저출산을 극복하는 노력은 힘들게 자명하다.
자녀행사에 한 번이라도 더 가보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지만 현실적 제약이 많고 사회적 성숙도도 낮은 것이 문제다.

늦은 결혼에 출산부담과 업무환경의 제한이 한국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더욱이 이런 이유들이 결혼기피와 출산저하로 이어진다면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다.
급속한 고령화사화로의 진입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성인이 된 자녀들이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바램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사회엔 바램만 있고 개선의지도 또 노력도 부족해 보이는 것이 지금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키우고 주어진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과 제도적 보완을 꾸준히 해 가야 하는 것이 절박하면서도 남겨진 숙제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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