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前대통령 출두, 갈등의 불씨 되지 말아야
[사설] 박 前대통령 출두, 갈등의 불씨 되지 말아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3.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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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는 노태우·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는 건 본인에게도 큰 불명예지만 국가적으로도 비극이자 수치스러운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강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는 삼성 특혜와 관련한 뇌물,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및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과 관련된 의혹을 중점적으로 캐묻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내용도 신문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조사는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이 맡는다. 조사는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이뤄졌으리라 믿는다.
전직 대통령 수사인 만큼 철저한 준비와 효율적인 신문으로 한 차례 소환조사로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일정 수준의 예우를 갖춰 조사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박 전 대통령도 성실히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이미 피력한 만큼 이번 조사에서 여러 혐의를 소상히 소명했을 것으로 믿는다.
억울한 점이 있다면 당당히 방어권을 행사해 역사에 기록을 남기면 될 일이고  진실을 밝힌 후 법적으로 잘못이 있다면 떳떳하게 심판을 받겠다는 태도가 전직 국가원수답다고 본다. 박 전 대통령의 진솔한 진술 태도는 향후 검찰이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하는 데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큰 고비가 남아 있다. 이 문제는 조기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어떤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짧은 ‘송구하다. 성실히 답변하겠다’고만 전하고 곧바로 조사에 응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에 어떤 메시지를 낼지는 초미의 관심사였지만 별다른 내용이 없이 조사에 임한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적이 없어 메시지 내용에 따라 또다시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었지만 이제 판단은 검찰과 법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그런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가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이나 정치적 논란의 시작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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