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중 칼럼] '부채공화국'의 수상한 봄
[김강중 칼럼] '부채공화국'의 수상한 봄
  • 김강중 선임기자
  • 승인 2017.03.28 16: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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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봄이다. 봄은 여심(女心)뿐 아니라 남자의 춘수(春愁)도 들뜨게 한다. 하지만 음산하고 적막한 봄이다.
그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 대통령을 선출하기까지의 정국불안이다. 또 미·중 패권싸움으로 인한 사드 보복, 첨예한 남북 간 긴장도 요인이다. 가장 큰 불안감은 ‘제2의 외환위기’ 수준의 경제상황이 아닐까 싶다.

‘최순실 게이트’로 빚어진 국정 혼란과 내수, 수출 부진으로 경제는 빈사상태나 다름없다. 때맞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탄핵정국의 촛불과 맞불은 서로가 애국이라며 나라를 동강냈다. 정치권은 대통령 선출만이 만능인양 민생을 외면하고 국민 화합은 뒷전이다.
선거 때면 나타나는 ‘보·혁’의 ‘표(票)퓰리즘’이 난무하고 있다. 혼돈을 틈타 주변의 열강들은 뱀의 혀처럼 날름대고 있다.

그런 사이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나 ‘냄비 안 개구리’ 신세가 됐다. 내우외환의 처지가 그렇다는 것이다. 개구리는 찬물에 넣고 끓이면 뛰쳐나오지 않고 서서히 죽어간다.
이른바 ‘개구리 효과’다. 위험과 경고를 무시하고 대형사고나 재앙을 맞게 되는 경우를 뜻한다. 작금의 정치, 사회, 경제, 외교, 안보상황은 이와 유사하다.
무엇보다 4월 경제 위기설이 스산하다. 경제부처는 물론 ‘대선’ 주자들도 뾰족한 대안은 없어 보인다.

우리는 1997년 혹독한 IMF사태를 겪었다. 미국 조지 소르스가 태국 등 신흥국을 상대로 한 헤지펀드로 촉발됐다. 우리도 한보그룹을 시작으로 대기업이 줄 도산했다.
꼭 20년이 지난 오늘, 국가 부도의 아픔을 잊은 채 가계나 기업, 정부도 방만을 키웠다.
그런 뒤 2002년 카드사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고도 각성은 없었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 근성을 버리지 못한 탓이다. 정부나 기업도 무사안일에 혁신을 실기했다.
그 결과 우리는 불치의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실업 100만 명, 대졸 무직자 334만 명, 하우스 푸어 240만 명, 자영업자 540만 명을 양산했다. 연예인 지망 청소년이 100만 명, ‘공시족’은 25만여 명에 이른다. 연예인과 공무원이 선망인 나라가 됐다. 이 정도면 ‘비전 상실시대’라 해도 좋을 것이다. 미래를 이끌어 나갈 4차산업의 신기술과 휴머니티를 기대하기란 요원하다. 정부도 ‘사자방’, ‘창조경제’의 허튼 짓으로 장단을 놨다.
여기에 740만 명의 베이비부머는 ‘쓰나미’에 밀려나면서 내수는 활력을 잃었다. 쓴맛, 단맛을 다 본 이들은 후대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사상(砂上)의 경제는 외풍만 불어도 쓰러지는 것을 선험(先驗)했기 때문이다. 지난 IMF 원인은 부실기업에서 비롯됐다. 이번에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 뇌관이 될 것이다.
이미 가계부채는 1350조 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730조 원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빚을 더하면 2100조 원에 이른다. 빚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 875조 원을 합하면 무려 2975조 원에 달한다.
이렇게 국민들은 망해 가는데 정부는 아랑곳없다는 태도다. 중앙과 지방, 공기관, 지방공기업 부채도 1053조 원으로 늘려 놨다. 
이 뿐인가. 여기에 공무원 연금 및 퇴직수당 등 633조 원을 더하면 4661조 원에 이른다. 민간기업 부채도 1652조 원이다. 총 합계를 낸다면 6313조 원에 달한다. 가히 ‘부채 공화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을 걱정하는 기이한 나라다.

가구당 평균 부채가 7000만 원에 달해 쓸 돈이 없게 됐다. 심하게 얘기해서 은행의 노예로 전락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생계범죄가 그 방증이다. 기업의 생산과 고용도 덩달아 하락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북한의 6차 핵도발, 정국혼란 등 돌발 악재가 변수다. 이런 문제들이 대두되면 외자는 유출되고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기업과 가계가 동시에 무너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조짐은 대우조선해양이 시발이 아닐까.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회사채 만기도래가 내달 4400억 원에 이른다. 7월에는 3000억 원, 11월에 2000억 원 등 총 9400억 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200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회사채 상환은 이미 상실했고 당장 4월부터 부도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소생시킨 뒤 해외에 매각하겠다는 복안이다. 세계 조선업 불황은 한진해운에 이어 대우조선해양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남녘 옥포에서 시작된 사신(邪神)은 꽃바람처럼 북상할 것이다
게다가 어린애 손목 비틀듯 트럼프 패권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만큼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커지고 있다.
지난 IMF 때 국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금 모으기로 환란을 이겨냈다. 당시만 해도 가계부채는 180조 원에 저축률은 22.2%였다. 버틸 여력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부채 1350조 원에 저축률은 2.7%에 그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진 결과다. 양극화로 빚은 늘었고 서민들 주머니는 텅텅 비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언제나 국민들이 구해냈다. IMF가 그랬고, 촛불 시위가 그랬다. 이제는 도탄으로 치닫는 나라를 누가 구해 낼까.
차기 대통령이 해낼까, ‘중요한 파트너’로 변심한 미국이 희망일까.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아야 할까. 아무래도 음산하고 수상한 봄이다.[충남일보 김강중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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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뿔 2017-05-11 18:20:23
부끄러운 국민들
이게 나라냐
명박아
불쌍한 그네
춥것네

이백일 2017-04-03 19:34:37
우리나라 현실을 심층깊게 판단하셨네요 디폴트가 쉽게오지는 않겠지만 위기는 올것같네요 정치권이 문제이지요 신바람나는 봄날을 위한 희망의 멧세지가 꼭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길호 2017-03-30 08:04:53
김강중기자님 글잘읽었어요...우리는살만큼살았지만 우리후세대들이 걱정입니다..젊은이들이결혼하지않겠다는것도 어쪄면당연한듯해요..살아가는것이힘든다는것을너무나일찍깨달음에아이도낳지않겠다고하니 미래가없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