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내 안의 종결욕구와 싸우라
[양형주 칼럼] 내 안의 종결욕구와 싸우라
  • 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 승인 2017.04.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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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국책연구 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5살,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 270명을 대상으로 창의성 및 지능 검사와 학부모 설문조사 후 사교육과 창의성의 상관성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능력, 곧 창의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사교육은 심리적 ‘종결욕구’와 관계가 있다.
사람의 내면에는 기본적으로 ‘종결욕구’란 것이 잠재되어 있다. 이는 어떤 문제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원하는 심리적 욕구를 말한다.
우리의 심리는 혼란과 모호성을 싫어해서 이를 없애주는 답변을 가능한 빨리 찾으려 한다.
그래서 복잡하고 모호한 상황에 부딪치면, 이 상황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욕구를 갖는다.

이것은 비단 학업 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도 해당된다. 
사람은 혼란하고 애매하고 모호한 문제 앞에 직면하면 불안하고 두려워한다.
이런 시간이 오래되고 길어지면 스트레스를 받고 견디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 앞에 우리는 빠르고 명쾌한 정답을 원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속도전의 민족, 빨리빨리의 민족 아닌가? 우리나라에 유독 사주카페가 많고 점집이 많은 이유가 부분적으로 여기에 있다.
애매모호하고 난해한 인생의 고민을 사주 한 번으로 재빠르게 한 방에 해결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그래서 종결욕구가 강할수록 서둘러 찾은 해답만을 붙들고 가능한 빨리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이런 빠르고 명쾌해 보이는 정답들은 오히려 우리 인생에 혁신과 창의성을 저해하고, 더 이상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게 가로막을 때가 많다.
얼마 전 미국 싱크탱크, ‘뉴 아메리카’의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제이미 홈스가 <난센스>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창의력과 혁신에 대한 책이다.
핵심내용은 한 마디로 혁신, 창의력은 센스가 아니라 난센스에서 온다는 것이다.
난센스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고, 애매하고 모호한, 명확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단순 명쾌한 정답을 좋아하지 애매모호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혁신이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 인생길은 명확성보다는 모호함과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신비로운 미로다.

성경 전도서 3장 11절과 7장 14절에 따르면 인생은 형통함과 곤고함이 뒤섞여 사람으로 그 끝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도록 직조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명쾌하고 빠른 정답을 찾아가는 것을 인생의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가해성과 모호함으로 들어가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기억하라. 인생길을 제대로 간다는 것은 빠른 성공, 빠른 정답의 길이 아니라 종종 안개 같은 불확실성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신비롭게 펼쳐지는 인생의 파노라마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이것도 마땅한 우리 인생의 일부이고 또한 이를 감사할 수 있는 것이다.[양형주 목사 대전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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