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례대표 더 늘리는 것이 정치개혁이다
[사설]비례대표 더 늘리는 것이 정치개혁이다
  • 충남일보
  • 승인 2008.02.24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당에게 득표율로 배당하는 비례대표국회의원의 수가 이번 선거구 획정으로 늘어난 분구만큼 줄어들게 됐다. 그러나 비례대표제도를 확대해 정당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정치 진출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
국회 정치관계법특위가 총선을 불과 50여일 앞두고 뒤늦게 선거구 획정 논의를 시작했다. 의원정수는 현행 299석으로 두되 한나라당은 지역구를 늘리는 만큼 비례대표를 줄이자는 입장이고, 통합민주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1석씩 늘리자는 입장이다. 먼저 양당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찬반을 논하기 전에 선거일 1년 전이라는 법정시한을 무시하고 시간을 끌어 유권자의 선거권과 예비 후보자의 피선거권을 침해한 것부터 사과하는 것이 순서다.
또 반발이 없는 비례의석을 제멋대로 축소하고 지역구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지난 10여 년 간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해 온 정치개혁 방향에 전면 역행하는 것인 만큼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우리가 지난 17대 총선부터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1표씩 투표하는 1인 2표제를 도입한 취지는 유권자가 지역 대표와 함께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대표할 정당을 선택하게 함으로써 사표를 방지하고, 정당을 정상화 하자는 것에 있다.
특히 우리처럼 정당의 이합집산이 빈번하고, 정당 정치의 토대가 허약한 조건에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은 정당의 책임성 강화, 정책 경쟁 유도 등의 중요한 의미도 갖는다.
정치권이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느라 수년간 범국민적 논의를 거쳐 합의해낸 정치개혁 방향에 흠집을 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비례대표는 의회의 정책 전문성과 직능 대표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등의 정치 진출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 현행보다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처럼 선거에 임박해 각 정당과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 획정 논의를 하게 되면 표의 등가성과 사회문화적 경계 등 선거구 획정 원리에 충실한 논의를 하기 어렵다. 차제에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과 정확한 조사 작업 등을 거쳐 유권자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재 한국 정치개혁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양한 유권자의 이해가 의회에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의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매 선거 때마다 눈앞에 놓인 이해관계에 따라 행정구역의 경계를 바꾸고, 비례의석을 제멋대로 조정하는 것은 정치 후진국에서나 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