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미대선, 혁신적 선거문화 정착 계기 되어야
[사설] 장미대선, 혁신적 선거문화 정착 계기 되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4.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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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대선’에서 기존의 선거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 구도가 와해하는 조짐이 확연하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등장했던 ‘보수정당=영남, 진보정당=호남’이라는 등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유력한 보수 후보의 부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정이야 어쨌든 선거 때마다 특정 지역이 ‘묻지마 몰표’를 던지는 후진적 형태에서 벗어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최종 선거 결과에서도 이런 투표 성향 변화가 현실화 된다면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치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연합뉴스와 KBS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선두를 다투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두 후보의 지지율 분포에서 과거와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대구·경북에선 안 후보(38.0%)가 문 후보(22.8%)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에선 문 후보(32.8%)가 안 후보(28.5%)를, 호남에선 안 후보(41.7%)가 문 후보(38%)를 근소한 차로 앞섰다. 보수의 ‘적자’를 자처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구·경북 13.1%, 부산·울산·경남 13.0%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역시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두 지역에서 각각 2.4%에 그쳐 명맥을 잇기에 급급했다.

홍, 유 두 후보의 지지율 합이 15%에 턱걸이한 결과만 보면, 영남권이 보수의 텃밭이라는 오랜 통념이 사실상 소멸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수 본산의 이런 표심 변화는 대선 구도가 문, 안 후보의 양강 대결로 재편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홍, 유 후보에 보수층이 등을 돌린 결과인 듯하다. 지역과 진영 논리를 넘어서는, 일종의 사표 방지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문 전 대표의 대북·안보관을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보수층이, 그나마 덜 진보적이고 사드 배치에도 찬성 입장을 보이는 안 후보 쪽에 표를 몰아줬다는 해석도 있다.

중도층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번 대선판의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다. 보수·진보 양 진영의 극단적이고 맹목적인 행태에 염증을 느끼고, 대안을 찾아 나서는 ‘표심’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스스로 중도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 비율이 지난 1월 25.0%에서 이달 들어 33.1%로 높아졌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지는 알 수 없다.

유력한 보수 후보의 부재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는 당장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역주의에 기대거나 네 편, 내 편 갈라 무조건 상대를 적대시하는 과거 정치의 구습은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임이 분명하다. 각 후보도 이런 표심 축의 이동을 외면하면 안 될 것이다.
가장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이 무조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식의 저급한 네거티브와 흑색선전이다. ‘합리적 의심’을 가질 만큼 사실관계가 갖춰진 문제 제기까지 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언뜻 보아도 얘기가 잘 안 되는 네거티브를 연일 눈만 뜨면 쏟아내는 식이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선거의 승부는 후보들의 약점보다 장점에서 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대선이 그처럼 혁신적인 선거문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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