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다른 전쟁, 북한교란전술 대비해야
[사설] 또다른 전쟁, 북한교란전술 대비해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4.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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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태양절(김일성 생일) 다음 날인 16일 오전 또 미사일 한 발을 시험 발사했다.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쏘아진 이 미사일은 ‘거의 발사 직후’ 폭발했다고 한다. 연료 점화 후 몇 초 지나지 않아 폭발해, 어떤 기종인지조차 분석이 어렵지만 일단 본격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개발 중인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북극성 2호’이거나 스커드-ER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 5일에도 신포 일원에서 같은 종류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1발 발사했다. 당시 미사일은 60여Km를 날아가 동해 상에 떨어졌다. 북한이 ICBM 전 단계의 미사일을 테스트하고 있는 건 맞지만 아직 고체연료 기술이 불완전한 상태인 것 같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은 전날 태양절 열병식에서도 수상쩍은 ‘미사일 퍼레이드’를 벌였다. 신형 ICBM에 쓰일 수 있는 미사일 발사관과 발사 차량만 공개한 것이다. 이 미사일 발사관은 겉보기에 러시아 신형 ICBM ‘토폴 엠(Topol-M)’과 흡사했다. 하지만 그 안에 ICBM 탄체가 들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마치 ICBM인 것처럼 공개한 발사관이 속임수일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의 장기인 위장·교란 전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이 ‘전략적 모호성’을 높이려 하는 목적은 무엇보다 미국을 교란하는 데 있을 것이다. 북한의 ICBM 기술이 실제로 어떤 수준인지 추정·분석하기 어렵게, 계속 애매한 신호를 내보내고 있을 여지가 충분하다.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ICBM 기술 수준은 ‘선제타격’ 등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핵무기의 미 본토 타격 가능성은 ICBM 기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한은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시간도 치밀하게 골랐다. 한국 방문길에 오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앵커리지에서 전용기에 오른 지 1시간 뒤였다. 15일 오후(현지시간)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외신 표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실험 카드는 숨겨 놓고, 미사일 카드도 어정쩡하게 꺼내 든 모양새다. 상황을 애매하게 만들어, 잔뜩 어깨를 부풀리고 있는 상대방의 힘을 빼려는 노림수가 아닌가 싶다.

북한 압박카드 역시 이젠 짧고 급박한 호흡을 풀고, 중국이 본격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듯하다. 사실 군사적 타격을 빼면 북한의 숨통을 조일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은 대부분 중국이 갖고 있다.
물론 중국도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북 압박 수위를 급격히 높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무연탄 반환이나 북한 관광 중단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장 원유공급 중단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중국 금융기관 봉쇄나 경공업품 금수와 같이, 더 강력한 대북 압박에 나서야 한다. ‘계속 도발하다간 정권 유지 자체가 어렵겠구나’하는 공포심을 김정은의 뇌리에 심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압박을 풀면 북한의 위장·교란 전술에 다시 놀아나는 꼴이 될 공산이 크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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