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불감증’ 원자력硏, 또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안전불감증’ 원자력硏, 또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원전 폐기물 처분절차 없이 뒷산에 묻고 연료봉 담근 물 그냥 버리고…
  • 전혜원·김일환 기자
  • 승인 2017.04.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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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안위 “기록 조작·조사 방해도 드러나… 연구원 관계자 고발할 것”
원자력연 “방사선 영향 미미… 배수구 폐쇄·감시카메라 설치 등 조치”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고 방사성폐기물(방폐물)을 무단으로 폐기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올해 4월 19일까지 원자력연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실태를 조사해 총 36건의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을 확인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지난 2월 발표된 위반사항 12건에 추가로 24건이 밝혀진 결과다.

원안위는 또 조사를 방해한 원자력연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번 특별 점검은 지난해 11월 4일 원자력연이 방폐물을 무단 폐기했다는 제보로 시작됐다.
원안위 조사 대상은 원자력연 내 핵연료재료연구동, 가연성폐기물처리시설, 금속용융시설 등 원전제염해체 관련 시설 3곳이다.
원안위는 이곳에 총 14명을 투입해 현장조사를 40여 회 진행하면서 80여 개 시료를 채취,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이 방사성폐기물 처분절차를 지키지 않고 무단으로 폐기한 경우를 13건 발견했다.
작년 9월 제염실험에 쓴 콘크리트 0.2t을 일반 콘크리트폐기물에 섞어 버린 것이 대표 사례다.
원자력연은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물 1t가량을 빗물관으로 흘려보냈고, 방사선 관리구역 안에서 사용한 현미경·열충격장치·항습기 등 총 7건의 장비를 무단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또 방사선관리구역에서 쓴 장갑 55kg를 마음대로 녹여 폐기했으며, 실험 뒤 남은 방사성폐기물 1.3t을 원자력연 구내에 방치했다.

원자력연이 중요한 기록을 조작하거나 누락한 경우 8건도 추가로 발견됐다.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의 감시기에서 경보가 울렸지만, 비상조치를 하지 않고, 경보기록을 수정했다. 이 감시기를 가동하지 않고 작업한 경우도 3차례나 됐다.
실제로 1290kg의 폐기물을 폐기했지만 485kg이라고 기록한 것도 드러났으며 4.9t에 이르는 폐기물의 정보를 기록하지 않았다.
폐기물 처리장에서 사용한 냉각기를 무단으로 반출하고, 방사성폐기물의 저장과 운반 사항을 기록하지 않고 보관한 경우도 있었다.
방사성물질을 허가 없이 쓰거나, 허가량을 초과해 쓴 경우도 3건 발견됐다.
우라늄제염시설에서 세슘, 코발트 폐기물을 제염했으며 연간 12t만 제염해야 하는 시설에서 허가량의 2배가량을 제염하기도 했다.

아울러 원안위의 조사를 악의로 방해한 사례도 확인됐다.
피조사자인 A씨는 조사 대상인 전·현직 직원들에게 폐기물의 무단 배출을 부인하거나 배출횟수, 소각량 등을 허위로 진술하도록 회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A씨와 다른 피조사자 B씨는 제염에 쓴 콘크리트가 일반폐기물이라고 거짓진술을 반복했으며, 자료도 허위로 제출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원자력연 내에 방사성폐기물 무단폐기 등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있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한다”며 “동일한 위반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자력연에 근본 개선방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재발을 막기 위해 앞으로 모든 방사선 관리구역의 배수구를 폐쇄 조치하고, 폐액을 전량 모아 방사성폐기물처리시설로 옮김으로써 방사성폐기물의 무단방출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키로 했다.
방사성물질이 연구원 밖으로 나가는 최종 출입구를 정하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는 한편 부서별로 폐기물 처리 전담자를 지정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경영혁신위원회를 꾸려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연구원 내 폐기물 관리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한편 원안위는 연구기관 업무정지나 과징금, 과태료 등 원자력연에 대한 행정처분안을 28일 열리는 위원회에 상정, 확정할 예정이다.
또 허가 위반과 검사 방해를 한 원자력연 관계자들을 다음 달 중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충남일보 전혜원·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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