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믿음이라는 괴물 사이비(似而非)
[한내국 칼럼] 믿음이라는 괴물 사이비(似而非)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4.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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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스탠딩 TV토론에서 각 대선후보들의 거침없는 설전이 이제껏 보여주지 못한 후보들의 신념과 철학을 고스란히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가장 중요한 핵심현안인 안보와 경제 등 한국의 최대관심사를 집중적으로 교환하는 정책검증이 미숙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서서 말하는 토론은 그러나 안보분야에서 네거티브만 강조되면서 국민들이 알고싶어 하는 갈증을 해갈시키지 못하면서 오히려 모든 후보들의 신뢰감을 깎아 내렸다.

반갑지만 반가워 할 수 없는 찝찝함이 토론시간 내내 이어졌다. 경제해법을 찾는 후보 간 정책적 내용도 부실했다. 2% 부족한 토론은 난상토론이 주는 결정적 단점이 됐다. 
특히 토론과정에서 대선후보들의 안보 식견과 통찰력이 미덥지 않다. 미국의 선제타격론 등과 맞물려 시중에 4월 전쟁위기설이 나도는데,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는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다.
상대공격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못한 것도 잘못이다.
대다수 후보들이 문재인 후보를 공격하느라 정작 자신의 안보정책과 신념을 말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이는 무책임한 것이다.

맹자(孟子) 진심장하(盡心章下)편에는 스승 맹자(孟子)와 제자인 만장(萬章)의 문답이 기록되어 있다. 만장이  온 고을이 다 그를 향원(鄕原)이라고 한다면 어디를 가나 향원일 터인데 공자께서 덕(德)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신것은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맹자는 공자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나는 겉으로는 비슷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미워한다(惡似而非者). 강아지풀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곡식의 싹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망령됨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정의를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말 많은 것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믿음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보라색을 미워하는 것은 그것이 붉은 색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향원(세속에 따라 야합라는 위선자)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덕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다(似而非)라고 하셨다.

현재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 화약고다. 당연히 안보 위기는 차기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수 밖에 없는 화급하고도 중대한 현안이다.
그런데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보인 안보 역량은, 아무래도 높은 평가를 하기 어려운 것 같다. 깊이 있는 성찰은 고사하고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대선후보들은 앞으로 몇 차례 더 합동 토론회를 할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가 처음인 만큼 안보 위기 해법을 포괄적으로 펼쳐 보이기엔 여러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 토론회부터는 총론에 그치지 말고 각론도 상세히 다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과 통화에서 설득할 논리가 무엇이고, 북한이 스스로 도발하지 않겠다고 할 만한 유인책은 무엇인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두리뭉실한 총론은 이번 한 번으로 족하다.
사이비(似而非)란 사시이비(似是而非) 에서 나온 말이다. 겉으로는 그럴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어쩌다 우리 후보들을 보는 국민의 시각에 이런 말들이 생각날까. 두렵고도 무섭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의 신념에 사이비가 끼어있다는 사실을 후보들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것이다.

환상에 사로잡히고 정권욕에 불타 자신속의 사이비를 혹여 깨닫지 못하는 후보가 있다면 이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이같은 사이비는 큰 해악(害惡)이다.하지만 사이비(似而非) 를 가려내지 못하는 것은 더 큰 해악이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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