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부문화 투명성 확대돼야
[사설] 기부문화 투명성 확대돼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4.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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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목적의 주식 증여에 거액의 세금을 매기는 건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구원장학재단이 수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생활정보지 수원교차로 대표 황필상 씨는 자수성가해 모은 이 회사의 주식 90%를 장학재단에 180억원을 기부했다가 증여세 140억 원을 부과받은 사건인데 세금을 취소하도록 원고(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세무 당국은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현금이 아닌 회사 주식을 기부할 땐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하는 부분에는 세금을 매기도록 한 현행 규정에 따라 증여세를 물렸다.
이 사건으로 황씨는 1, 2심을 9년 동안이나 재판을 했다. 그간 연체 가산세가 붙어 세금도 225억 원으로 불어났고 사는 집까지 압류당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 순수한 의도로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은 사람이 세금폭탄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선의의 기부자에 대한 세금폭탄은 부당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사법부가 확인해 줬다.

우리는 그동안 척박한 기부 문화를 벗어나지 못해 선진국 등의 기부 사례를 보면서 부러워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목도하고 있는 기부의 현실은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기부가 공익재단 등을 통해 선의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기계적인 법 적용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9년간의 법정 투쟁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아낸 원고(황씨)는 앞으로도 기부왕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현행 세법이 손질되지 않는 한 황씨와 같은 사례는 재현될 수 있다.
마음은 있어도 세금폭탄이 두려워 선행을 주저하는 상황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힘들게 일군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전 재산을 사회에 내놓으려는 고결한 정신이 법에 의해 막혀서는 안 된다.
물론 공익재단을 악용해 재산을 빼돌리려는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배력 유지를 위해 편법적인 지분 출연을 막으려는 현행 세법도 이런 의심 및 관행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하지만 황씨의 경우처럼 기부 문화를 확산하고 기부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활발한 기부 문화의 정착을 위해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국회가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말도 안 된다’는 비판이 잇따랐지만 정부와 국회는 수수방관 했다.

문제를 뻔히 알면서도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법을 고치지 않는 국회나 재판을 질질 끈 사법부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선의의 기부를 막고 기부문화를 위축시키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황씨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세법 개정을 서둘러주길 바란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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