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사람을 찾습니다(家貧思良妻)
[한내국 칼럼] 사람을 찾습니다(家貧思良妻)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5.18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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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신이 만든 정부가 문재인 정부라고도 하고 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며 등장한 것도 문재인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다. 취임 후 1, 2, 3호 지시는 이른바 사회, 민생에 관한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은 새 정부가 그동안의 적폐를 내려놓는 작업을 부단히 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 것이라는 점이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사 속에는 국민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숙제는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새로운 한국의 도약을 시작하는 것이다.

협치는 그러나 매우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이념과 노선이 다른 정당의 인재를 모셔와 함께 같은 꿈을 갖게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런 상황의 성공조건에는 반드시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수적인 조건이다.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이 한창이다. 이와 때를 맞춰 대선 1주일 만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호남 기반 야당인 국민의당의 새 원내대표도 선출됐다. 민주당 원내대표로는 3선인 개혁성향의 우원식 의원이 뽑혔다.

이번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은 비문(비문재인)계인 우 의원과 원조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3선의 홍영표 의원의 맞대결로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우 의원의 7표 차 신승이었다. 친문 패권 경계심과 국정 조기 안착 기대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고배를 마시고 재수 끝에 원내 사령탑에 오른 우 신임 대표는 “문 대통령이 말한 민생과 적폐 해소, 탕평으로 통합과 개혁의 길을 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3파전으로 치러진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에선 호남 출신인 4선의 김동철 의원이 선출됐다. 여당 견제에는 강경하지만 바른정당과 통합에는 유연한 입장을 갖고 있어, 호남 중진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가 해야 할 일엔 방향을 제시하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단호히 막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호남 지지율 50%, 전국 지지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같은 뿌리임을 입에 올리면서 연대 가능성을 타진해온 민주당 입장에선 냉담한 손사래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제1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자유한국당에선 ‘친박 청산’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한국당 초선의원 30여 명은 16일 성명을 내고, 계파 타파와 당의 외연 확장을 요구했다.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친박 청산과 홍준표 전 대선 후보의 당 대표 추대론에 대부분 공감했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 중인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국당 지지율이 13%로 떨어진 것은 국민이 구 보수주의 정권 세력의 연장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한국당 내에서 ‘극우 정당’의 이미지를 떨쳐내려는 기류가 느껴지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집단 탈당의 충격을 딛고 겨우 원내교섭단체를 지킨 바른정당은 결국 ‘자강의 길’을 가기로 한 것 같다. 소속 의원 20명과 당협위원장 전원이 참석한 이틀간의 연찬회에서 내린 결론이다.
바른정당은 ‘설악결의문’을 내고 “국민만 보면서 자랑스러운 개혁보수의 길을 나아갈 것”이라면서 “당헌·당규와 민주적 절차에 따라 6월까지 새 지도부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쪽에서 열심히 흘린 통합 얘기도 당분간 동력을 찾기는 어렵게 된 것 같다.

사기(史記) 위세가(魏世家)에는 위나라 문후(文侯)가 재상 임명을 위해 이극(李克)에게 자문을 요청하면서 나눈 대화가 기록되어 있다. 위문후가 이극에게 말하길 선생께서 과인에게 말씀하시길  집안이 가난하면 어진 아내를 그리게 되고, 나라가 혼란하면 훌륭한 재상을 그리게 된다(家貧思良妻, 國亂思良相)고  하셨습니다. 제 동생인 성자(成子)와 적황(翟璜) 중, 어떤 이가 적합합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이극은 문후에게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사항을 진언한다. 평소에 지낼 때는 그의 가까운 사람을 살피고, 부귀할 때에는 그와 왕래가 있는 사람을 살피고, 관직에 있을 때에는 그가 천거한 사람을 살피고, 곤궁할 때에는 그가 하지 않는 일을 살피고, 어려울 때에는 그가 취하지 않는 것을 살피십시오.

위나라 재상이 된 사람은 바로 성자(成子)였다. 비록 문후의 동생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소득 중 10%만을 생활에 쓰고, 나머지 90%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사용하였다. 어진 아내로서의 역할을 하였고  어진 재상으로서도 적임자였던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는 유능하고 어진 인재가 필요하게 된다(國亂思良相)는 것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표인 ‘협치’의 전도에 새로운 야권 지형은 매우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애써 통합과 소통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한쪽 손바닥만 갖고 소리를 내지는 못한다. 결국, 야권의 협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회동을 갖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문 대통령이 시급한 국정 현안들을 직접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 같다.
당장 24∼25일로 잡힌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 공공부문 일자리 추경예산안 등 국회에서 처리돼야 할 현안들이 즐비하다.
아쉽게도 새로 윤곽을 드러낸 야권 지형은 그다지 우호적인 것 같지 않다. 어려움과 고통이 따르더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표현한 바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국리민복을 향한 어진 인재가 발탁되어야 한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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