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사설]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05.24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정식 재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구속된 지 53일 만이고 기소된 지 36일 만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21년 만에 전직 대통령이 또 법정에 선 것은 이유나 논리를 떠나 대한민국 공동체로서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탄핵까지 당했다는 것이다. 첫 재판에는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 씨와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피고인석에 함께 자리했다.
18개의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검찰은 법정에서 적법 절차를 무시하고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뇌물수수의 동기가 없고 최씨와 공모관계에 대한 설명이 없으며 증거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최씨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검찰이 무리하게 엮은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신동빈 회장 측도 “공소사실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의문”이라며 무죄를 항변을 했다. 재판부는 아무런 예단이나 편견 없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하겠으며 백지상태에서 충분히 심리하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 했다.

재판부가 백지상태에서 심리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차분하게 재판진행 과정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전직 대통령이 법정의 피고인석에 앉는 것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했다.
이번 재판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초래한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사법적 시비를 가리는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있었고, 이에 따른 대통령 직무정지와 5·9 대통령 보궐선거까지 치러졌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끝났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뿐 아니라 대기업 총수 등 이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법 위반 사실을 밝히는 것은 우리 사법 시스템에서 거쳐야 할 절차이다.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양측 간의 공방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률을 지키는 것이 기본인 대통령이 법 위반으로 임기가 중단되고 구속 수감되는 사태는 어떤 형태로든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이고 자가당착이기 때문이다.
 
다시는 법정에 서는 불행한 대통령이 없어야 우리의 민주주의는 진정 한 단계에 도약할 것이다. 불과 2개월여 전까지 청와대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이런 모습을 봐야 한다는 현실에 착잡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우리나라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져 새 정부가 출범했다. 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국론 분열과 세대 갈등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치유되는 중이다.

심각했던 안보·경제 위기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여전히 과제는 많지만 위태롭기만 했던 각 분야가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은 착잡했다.
헌재의 결정 때처럼 승복하지 않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고 자칫 국론 분열과 혼란이 지속될 수 있을지 모른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위한 길은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할 줄 안다.[충남일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