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가뭄때 물 내보내자는 정부
[한내국 칼럼] 가뭄때 물 내보내자는 정부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6.0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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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업용수에 이어 공업용수와 생활용수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충남서북부지역이 의존하는 보령댐의 수위는 10%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농업용수는 물론 생활용수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강물을 하루 11만여 톤이나 끌어 오면서도 타는 갈증은 오히려 풀릴 기미가 없어서 걱정이 커진다.
이런 시기에 새정부가 4대강의 6개 보를 열어 물을 하류로 흘러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 물을 내보내는 것과 관련, 적지 않은 지적이 나온다. 물 한 방울이 시급한데 물을 버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물 쓰려는 시점에 보 개방, 감정적이고 우발적’이라는 말과 함께 ‘구체적인 가이드마저 없는 상태’를 문제 삼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과 함께 4대강 보 상시개방을 지시했다. 이 조치에 따라 당장 6개의 보에 대한 상시개방 조치가 이달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물을 저장하는 6단계 중 현재의 6단계에서 4단계로 물을 낮추는 작업이 시행 중이다. 농업용수 사용을 할 수 있는 단계다.

하지만 가뭄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 이같은 조치가 시의적절했느냐는 문제는 앞으로도 더 커질 전망이다.
보 상시개방은 수질악화와 환경파괴가 가장 큰 이유다. 이명박 정부 이후 4대강사업은 당시 대운하사업을 전제로 하는 사업이라 하여 환경단체와 야당(현재의 민주당)으로부터 극심한 반대를 겪어 왔다. 이후 지천사업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제기됐으나 흐지부지 되면서 강에 보만 막는 채 사업이 막을 내렸다. 10년이 지난 지금 보에 갇힌 물은 상할대로 상하고 생태계는 극심한 몸살을 겪으면서 더 이상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졌다.

말 그대로 ‘녹조라떼’가 된 강을 시급히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은 모든 국민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새 정부 들어 고인 물을 빼내고 조속히 강과 생태계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반영되는 듯 싶었다. 그런 지금 물은 빼내기 시작했고 가뭄은 더욱 심각해 지고 있다.
지난달 기준  올해 강수량은 158mm로 평년(282mm)대비 56%에 그쳤다. 농업용 저수지의 전국 평균 저수율 역시 64%로 평년 저수율의 80%대 수준이다. 특히 5월 모내기 등을 위한 영농급수로 저수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상청은 앞으로 6~8월의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가뭄이 확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하는 만큼의 비는 오지 않는다는 것인데 문제는 ‘물부족의 해갈’이 시급하다.
당장 1일부터 상시개방된 보는 낙동강의 고령보·달성보·창녕보·함안보와 금강의 공주보, 영산강의 죽산보다. 금강의 백제보는 보령 등 충남 서부 8개 시·군에 물을 공급 중이라는 이유로 상시개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비록 정부가 취수와 농업용수 이용을 고려하고 지하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준까지 수문을 개방하겠다는 방침이나, 모내기 등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면서 이는 농업용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물이 부족해 타들어 가는 논밭작물을 가진 농민들이 안 그래도 가물고 저수지 물도 부족한 상황인데, 이런 상황 알면 반발도 예상된다. 게다가 물을 사용해야 하는 시점에 보를 개방해 버리는 것은 대통령의 생각이 감정적이고 우발적으로도 비춰질 수 있다.
벌써부터 버려지는 물을 주워담으려는 지자체도 나오는 상황이다. 충남의 모 지자체는 보 개방에 맞춰 지천에서 농업용수를 끌어 농사용 물을 사용토록 준비하기도 했다.
2년 전 안희정 충남지사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물이 없어진 예당호를 찾았을 때 그를 만나 보령호로 금강물을 끌어내는 도수로 공사를 제안해 이를 관철시켰다. 지금도 하루 11만여 톤의 물이 도수로를 통해 보령호로 가고 있지만 장기적인 물부족과 가뭄 앞에선 이 역시 단기처방 밖에 될 수 없는 형편이다.

또 다른 문제는 지천정비 문제다. 앞서 대선토론에서 홍준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벌인 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었다. 당시 홍 후보는 “소양감댐 물이 녹조도 오염도 없는 상태로 230여 일 이상 담겨있는 이유는 지천으로 흘러 들어오는 오염물질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라며 “4대강 오염은 축산, 폐수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지천관리미비가 불러온 결과’라고 말했다.
4대강 수질 개선에 대해서는 보를 개방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강의 지류와 지천 등 오염원에 대한 수질 개선사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온 만큼 앞으로 지천정비도 시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이고 강수가 여름에 집중되는 성향이 강해 올해처럼 여름가뭄이 겹치면 필연적으로 물부족에 시달리며 곧바로 가뭄으로 이어지는 ‘치수가 매우 어려운 나라’다. 이런 상황에 급작스럽게 내려진 조치에다 가이드라인 마저 없는 상황에서의 물 부족 심화로 인한 후유증을 준비도 부족한 새정부가 어떻게 감당해 낼 지 걱정된다.[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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