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寅鐵 칼럼]총선 셈법 다시 해야 할 텐데…
[金寅鐵 칼럼]총선 셈법 다시 해야 할 텐데…
  • 김인철 편집국장
  • 승인 2008.03.02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던가. 봄은 봄이로되 아직 바람이 차기만 하다. 옅은 눈발이 흩날린 오늘 아침이라 바깥 기운이 더욱 차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꽃샘 추위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따뜻한 봄바람이 손끝을 스치게 될 것은 그간 학습된 경험과 자연의 이치로 알 수 있다.
꼭 1주일 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을 하면서 서민들은 가슴 한 구석부터 한줄기 훈풍이 돌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연이어 ‘은둔의 왕국에 대한 미국 음악의 침공’쯤이라고 할까 평양 동평양대극장에 울려퍼진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동토(凍土)의 나라’를 조금은 녹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들게 했다.
그러나 매사가 그렇듯 너무 이른 기대는 실망도 적지 않은 법. ‘이명박 효과’가 경제쪽에 나타나는 듯 했으나 이내 식고 만 것은 물론 취임을 전후한 시점에 라면을 비롯해 온갖 생필품들이 줄줄이 올라대는 탓에 시장바구니 들고 시장에 나갔다가 절반도 못 채우고 돌아오는 주부들의 한탄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반도를 녹일 듯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훈풍 역시 그리 오래 갈지는 장담 못한다.
정치권의 소요스러움과 냉랭한 분위기는 각 당의 이해관계와 당략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서민피해를 키워놓는 식이다. 총리와 내각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각당의 싸움이 그것일 텐데, 서민들에게는 실망감을 적지않이 안긴 꼴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 달여 앞둔 총선에서 그대로 나타날 게 분명하다.
정치권에 대한 분석이 복잡미묘해지고 있음은 직감으로 느낄 수 있다. 당초 지난해 대선때만 해도 노무현 참여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의 후신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심판론’이 오래갈 것만 같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심판론’ 하나면 집권에 성공한 한나라당의 불패신화를 이끌고 가는 것은 물론 전체 국회의석의 3분의 2 정도는 획득할 거란 전망도 나온 적이 있다.
또 다른 집안도 거의 그랬다. 그 ‘심판론’에 ‘대안론’을 곁들인 신생 자유선진당도 횡재 아닌 횡재를 할 거란 막연한 기대감에 충만했던 적이 있었다. 죽기보다 싫은 정당에 표 안주고, 여당에만 표를 주느니 대안정당에 나눠줄 것 아니냐는 얄팍한 계산이었을 텐데, 말하자면 곁불만 쬐어도 충분히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그것이었다.
그 쪽은 그래서 100석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한 달 전 창당 때부터 거드름을 피워왔다. 적당히 기회를 엿보며 목표야 크게 잡을 수 있는 거라 치더라도 여전히 수셈에 약한 모습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완전히 달라진 지금에 와서도 그런 셈법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집권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패착에 가깝다. 이 대통령이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한 부분도 바로 그런 면에서일 거다. 대선캠프 인사 위주의 조각명단으로 정부를 출범시키려다 덜미 잡힌 것은 물론 곧바로 있을 총선 대승분위기마저 날려버린 꼴이 됐다.
‘장관 인사파문’으로 결말 난 내각 인사청문회로 말미암아 횡재를 한 쪽은 통합민주당이었다. 가만 놔둬도 궤멸일로를 밟아갈 처지였던 통합민주당의 기를 한껏 살려주고 ‘견제론’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으니, ‘심판론’이 묻히고 ‘견제론’이 이길 것만 같다. 우선은 서울 수도권에서 여론의 변화가 큰 폭으로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한나라당의 공천잡음을 놔두고라도 난공불락 같던 후보들마저도 긴장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충청권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 같다. 가뜩이나 싹쓸이로 주는 예가 없이 고르게 마음을 주는 충청권의 정서만을 놓고 본다면 결국은 ‘인물론’이 설득력 있게 먹힐 공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일반 대중의 표심이다. 높은 물가에 적은 소득으로 살아가기에 버거워 잔뜩 움츠린 서민들이지만 화나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정치권이 알기나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