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협치와 삼조(三曹)의 교훈
[한내국 칼럼] 협치와 삼조(三曹)의 교훈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6.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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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정권에서 각료 임명을 앞두고 때 아닌 협치바람이 거세다. 정부 주요요직 인선은 해야겠는데 국회를 거치는 인사청문회에서 잇따라 비리와 결격사유 혐의가 제시되면서 야당들이 인준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재를 천거해 정부가 일을 해야 하는데 인준을 해주지 않는 다는 것인데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치열하다.

지금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결격사유를 5가지로 들면서 이런 문제를 지닌 인사가 정부를 이끌어선 안 된다고 했었는데 그것이 지금에 와서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가 뒤바뀐 야당들은 ‘대통령 자신이 제시한 기준을 이제와서 무시하려 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야당이 무조건 청문회에서 인준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문 대통령이 제시한 기준대로 하고 있을 뿐’이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독단적 임명은 협치정신을 무시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언제는 국회에서 엄격한 청문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정작 입장이 바뀌니 청문거부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문결과 채택을 하지 않은 후보들에게 첫 임명권을 발의해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한데 이어 이번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도 임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을 결코 수용할 수 없으며 법이 정한 절차와 국민 여론에 따라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공개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강력 거부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강경화 후보 임명하면 협치 없다’며 ‘이것은 상생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명분과 실리에 묶인 여야정치권이 양보없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면서 ‘야당이 양보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 지지를 명분으로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현행 헌법과 법률은 정부 인사에 관한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분명하게 정하고 있다. 국무총리와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등의 임명은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장관 등 그 밖의 정부 인사는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국회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문학(文學)편에는 위(魏) 문제(文帝)인 조비(曹丕)와 그의 동생인 동아왕(東阿王) 조식(曹植)간에 일어난 고사가 실려 있다.

문제는 동아왕에게 일곱 걸음을 떼는 사이에 시를 지으라고 하면서(文帝嘗令東阿王七步作詩), 못지을 경우에는 국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하였다.
동아왕은 대답을 마치자 마자 한 수의 시를 지었다. “콩을 삶아 콩국을 끓이고 콩물을 짜서 즙을 만드네. 콩깍지는 솥 아래서 불에 타고 콩은 솥 안에서 눈물짓네. 본시 같은 뿌리에서 생겨났건만 서로 지저댐이 어찌 이리도 급할까”

문제는 조식의 이 시를 듣고 몹시 부끄러웠다고 한다. 조조(曹操)와 그의 큰 아들인 조비, 셋째 아들인 조식은 중국 문학에서 삼조(三曹)라 칭하는 유명한 문장가들이다.
이들 중 조식의 시재(詩才)가 특히 뛰어났기 때문에, 조비는 천자(天子)가 된 후에도 조식에 대한 시기심이 변하지 않았다. 조비는 조식이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그를 죽일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어서 이러한 시를 짓게 했던 것이다.

대통령의 각료 임명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후보에 대한 임명권이 모두 사용돼 왔다.
이 때문에 각료 임명을 두고 여야정치권의 부침이 지금껏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여야가 합의하는 분명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문 대통령도 ‘국민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고 그것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며 국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시기엔 명분도 실리도 좋지만  무엇이 국익과 국민을 위해 우선인지 삼조(三曹)의 교훈을 곱씹어 헤아리는 정치가 필요하지 않을까.[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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