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칼럼] 명예냐 생존이냐가 문제다
[김인철 칼럼] 명예냐 생존이냐가 문제다
  • 김인철 대기자
  • 승인 2017.07.06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당시 26세)·이지혜(당시 31세) 씨의 순직이 인정됐다. 2014년 4월 16일 이들이 희생된 날로부터 약 3년 3개월 만이다.
순직인정은 공무원연금공단 연금급여심의위원회에서 이들에 대한 순직을 인정하면서 마무리 됐다.
이들 2명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참사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나도록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 이들에 대한 순직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인사처가 신속히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공무상 숨지면 순직이고, 특히 공무원으로서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숨지면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된다. 앞서 단원고 정규 교사 7명은 위험직무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의 순직이 인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년 3개월이다. 명예와 자긍심을 되살리는 방법이 돌고 돌아서 이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으면 어려웠을 일이고 또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유족들은 자식의 명예가 되찾아진데 대해 국민과 대통령께 감사하고 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교사 10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사다. 2015년 기준 기간제 교사 비율은 10.8%다.
이들 기간제 교사 중 53%는 담임교사를 맡고 있었으며, 중학교는 66.5%로 기간제 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이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 전체 교사 37만6355명 중 기간제 교사는 10.8%로 2014년 10.7%보다 0.1%p 늘었다. 담임교사 중 기간제 교사 비율은 9.1%로 지난해 9.4%보다 0.3%p 감소했다. 기간제 담임교사는 2만1521명으로 전체 기간제 교사 중 53%가 담임을 맡고 있었다.

정규직이 아니다 하여 순직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큰 비극이고 슬픔이다. 같은 일 다른 대우가 이들을 또 다른 계급사회로 규정짓는 것이다.
대통령의 지시와 시행령의 개정에 이은 순직인정, 이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에 해당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적으로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노력이 가시화 되고 있다. 또 다른 기간제가 비정규직이다.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고 기업경영 어려움으로 명퇴로 내몰리는 그동안의 사회적 악습은 1998년 한국을 부도국가로 내몰았던 IMF구제금융때부터 시작됐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평범했던 소시민이 극빈계층으로 내몰렸던 경제적 광풍의 처절한 국가부도의 경험을 겪은 이후부터다.

일자리 자체가 어려웠던 만큼 임시직이 급증했고 이해관계를 따지는 기업들은 임시직을 고용해 땜질식 생산활동에 매달렸고 쉬운 고용과 차별화가 이 과정에서 고착화 됐다.
현재 비정규직의 비율은 대략 전체의 약 32.8%다.근로자 3명중 1명이 비정규직이다. 남성은 지난해 기준 26.4%, 여성은 41%가 비정규직이다.
가장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펼쳐야 할 20대 ~ 40대 사이 근로자들의 경우 20대 비정규직은 32%로 전체 평균에 근접하며 30대 비정규직은 21.1%, 40대는 26.1%로 가장 지출이 많은 연령대에서도 비정규 비율이 상당히 높다.

2015년을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7.5%, OECD 평균이 11.41%인데 반해 우리는 22.28%다. 우리보다 높은 나라는 최근 유럽 경제위기의 주범 스페인 뿐이다.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또 다른 고통과 비극의 틀에 놓여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게 될 뿐이다. 분열과 사행의 조장과 편법과 비리의 양산, 종국에는 꿈의 좌절로 인한 국정동력 상실 등등 해악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이같은 경제사회적 비효율적 제문제를 ‘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청산하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청년고용 한계의 숨통을 여는 것이야 말로 저출산 극복과 경제, 사회적 동맥경화를 풀어내는 것이라 믿은 까닭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들과 함께 배에 타고 있다가 숨진 단원고 교원은 모두 12명이었다. 이 중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받은 정규 교사는 7명이다. 기간제 신분이던 김초원, 이지혜 교사 2명은 이들 정규직 교사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탈출이 용이한 5층 교사 객실에서 머물다 학생 객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가 대피를 돕다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후 이들 기간제 교사 2명은 정규직 교사가 아니어서 순직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순직 인정은 경제적인 보상에 그치지 않고 ‘존엄한 명예’라는 가치가 있다는 인권위의 지적이 무색할 만큼 순직인정 문제는 어려움이 있었다.
항상 법률과 관련해서는 형평성을 따지는 세상이다. 그러나 편견과 오만을 재단할 기준이 없는 현실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민감정과는 다른 결과만 받아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명예 하나만을 지키기도 이처럼 어려운 현실이지만 작금의 비정규직 문제는 곧 생존의 문제다. 어떤 경우 생존문제는 명예보다 귀할 수 있고 그런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충남일보 김인철 대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