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기 신화와 미술의 오디세이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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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또 다른 옷, 성 처녀 아그네스의 긴 머리 (1)
  • 서규석 박사
  • 승인 2007.03.12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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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네스는 그리스어로는 ‘정숙’을, 라틴어로는 ‘양’을 뜻한다. 6세기 경에 지어진 이탈리아 라벤나의 산타폴리나라 인 클라쎄 교회의 아그네스 모자이크..
빛나는 하얀 다리를 제외한 곳을 머릿결로 가린 장면은 현대적인 에로티시즘의 요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긴 머리로 누드를 가린 것은 ‘고린도전서’ 제11장 15절에 “여성이 머리를 기른다면 그것은 그녀에게 영광이 되나니. 긴 머리는 자신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니라” 는 구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성서 속의 이런 비유는 마치 긴 머리로 몸을 가린 신의 아그네스와 막달라 마리아를 위해 기록되어 있는 듯하다.
성처녀 아그네스의 경우,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284~305, 303~305 재위) 때에 박해를 받아 304년에 순교한 성처녀다.
그녀는 성처녀로서 로마 감독관 아들의 사랑을 거부한 대가로 옷이 벗겨진 채 매음굴로 보내졌다. 그러나 주님의 은총으로 그녀의 머리칼이 경이적으로 자라면서 자신의 몸을 감쌀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제노바의 대주교 야코부스 데 보라지네가 교회사를 정리할 의도로 1275년에 쓴 ‘황금 전설’에 기록된 것의 한 부분이다.
‘황금 전설(Golden Lege nd)’은 제노바의 대주교 보라지네가 성인·성녀들의 전설을 묶어 1275년에 편집한 것이며 황금의 성인전이라고도 불린다.
그의 글은 1470년 라틴어로 첫 출간되었는데, 여기에 인용된 자료는 1900년 템플사 판 제2권이다.

▲성처녀 아그네스

축복 받은 성처녀 아그네스는 매우 현명하고 교육을 받은 여인이었다.
그녀는 외모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혜롭고 신앙심이 깊어서, 13세에 이미 헛된 세상을 버리고 예수님의 삶을 발견하였다.
어느 날 그녀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로마 감독관의 아들이 보고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감독관 아들의 부모들도 이를 알기 시작하였고, 그 아들은 자신과 결혼해 달라면서 많은 보물을 주었다. 그리고도 계속 값비싼 보석과 장신구들을 아그네스에게 보내왔다.
그녀가 거절할 때마다 감독관의 아들은 아그네스에 대한 사랑이 더욱 더 불타올랐다. 아들뿐만 아니라 그의 부모들도 같이 와서 값비싼 귀중품들을 가져오고 세상을 기쁘게 해주겠다며 결혼을 해달라고 졸랐다.
그러나 아그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는 악마를 키우고 죽음을 잉태하는 죄를 짓지 말고 나에게서 떠나가시기 바랍니다. 그대는 내가 다른 연인을 사랑하고 지키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주기 바랍니다.
그 연인은 나에게 많은 재물과 보석을 주었고, 신앙으로 맺어진 분이오. 그리고 그대보다 가문과 지위가 더 높은 분이오. 그 분은 나에게 소중한 황금의 보석을 씌워주셨어요.
그리고 다른 어떤 배우자를 맞이하지 말고 자신만을 바라보라 말씀하셨으며, 내가 그의 품안에 머물고자 할 때 나에게 뛰어난 기쁨을 주신다고 했습니다.
나는 다른 배우자를 맞이할 수 없고 오직 그 분과만 결혼할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를 찾지도 아니할 것이고, 그 분을 떠나지도 아니할 것입니다. 더 고귀하고, 더 힘 있고, 더 공정한 그 분과 함께 사랑을 고정시킬 것입니다.
그 분의 사랑만큼 달콤하고 우아한 것은 없습니다. 순결한 여인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곳에서 곧 나를 맞이할 것입니다.
나는 이제 그 어머니가 성처녀인 그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를 모르고 있는 분이며, 천사들이 그를 돌보고 있는 분입니다.
그의 아름다움에 태양과 달도 놀라며, 그분이 하는 일은 결코 실패가 없고 감소되지도 않으며, 죽은 자도 다시 살아나게 할 수 있고, 어루만지면 병든 자도 위안을 얻고, 정숙함이 그의 사랑입니다.
그 분에게 나의 신념을 받칠 것이며, 나의 가슴도 그분에게 받칠 것입니다.
그 분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내가 정숙해지고, 그 분을 만났을 때 내가 순수하고 깨끗해지며, 내가 처녀로 있을 때 그 분이 나를 맞이하며, 이 것이 주님을 향한 나의 사랑입니다”

서규석 씨는 중앙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자치경영개발원에 재직하면서 대학에서 문명사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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