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열악한 노동 현실에 관심을 갖자
[사설] 열악한 노동 현실에 관심을 갖자
  • 충남일보
  • 승인 2017.07.1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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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노동현실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한 집배원 사건과 경부고속도로에서 광역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추돌사고 등은 그들의 과중한 업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조명해 줬다. 과중한 업무에다 임금마저 낮아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라곤 찾아 보지 못하는 노동 현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경기 안양우체국 소속 21년차 집배원은 지난 6일 자신이 일하던 우체국 앞에서 분신을 기도해 치료를 받던 중 이틀 만에 숨졌다. 동료들은 안양우체국의 업무 강도가 지역 평균보다 높아 과로에 시달려 온 고인이 최근 담당 구역이 바뀌면서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올 들어서만 집배원 사망자는 1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자살이 5명이다. 다른 사망자들도 심근경색, 뇌출혈, 교통사고 등으로 과로사와 연관이 깊다고 한다.

집배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일부 지역에서 실시한 실태 조사에서도 집배원은 하루 13시간씩 근무하고, 평균 1000여 통의 우편물을 배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연차 휴가 사용 일수는 연평균 2.7일에 그쳤다. 일반 우편물은 줄었지만 직접 전달해야 하는 등기 소포는 오히려 늘어나 장시간 중노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신도시 개발 등으로 가구수가 급증한 지역에선 배달 물량이 하루 2000여 통에 이를 정도로 많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와 집배노조는 과로에서 벗어나려면 4500명 정도의 집배원이 증원돼야 연평균 노동시간을 2200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의 직업이란 오명을 들을 정도로 위험한 수준의 근무 환경을 더는 방치하지 말고 적정 인원 증원과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집배원들의 목숨을 건 절규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로한 근무는 노선 버스운전사도 마찬가지다. 하루 운전 시간만 12시간에 이르는 셈이다.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무리한 운전시간이다. 노선 버스 기사들의 이 같은 과로는 1차적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보장된 휴식시간(4시간 운전 후 30분 휴식 의무화)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를 낸 노선버스 회사는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순수 운전만 하루 16시간 30분까지 가능하도록 합의해 놓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에 졸음운전 문제가 나타나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운전기사 수를 늘려 근무시간을 줄이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 시간이 길다.
노동 현장에서 해마다 과로로 인한 자살사고가 늘고 있어 그 심각성을 깨닳아야 한다. 노선버스 운전자의 과로운전이나 우체국 집배원 등의 일상적인 초과근무가 장시간 노동의 희생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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