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내국 칼럼] 이게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모습인가
[한내국 칼럼] 이게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 모습인가
  •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7.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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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와 세계질서 재편을 놓고 벌이는 강대국들의 싸움을 보노라면 억장이 무너진다.
자국이익의 손상을 들어 자유무역협정을 다시하자는 미국, 사드배치를 이유로 한국보복을 확장한 채 북한문제를 방치하는 중국, 앞뒤 가릴 것 없이 그냥 싫은 일본의 호전적 이기주의, 대륙 간 탄도미사일 기술을 선보이며 핵개발을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는 북한 등등.

이런 사이 한국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당장 의존도 높은 관광, 수출 등 막대한 피해가 쌓이고 있고 이타적 미국의 간보기에 매우 힘이 드는 형국이지만 새정부는 출범 두 달이 지나도록 아직 내각구성도 채 마치지 못했다.
이런 풍전등화같은 위기에 놓인 한국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전 정권이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국내외 질서를 놓아두고 밥그릇 싸움과 명분같지 않은 명분으로 대립하는 정치권을 보면 그들이 진정 한국사람들인가 하는 자조마저 들 정도다.

미국이 마침내 우리나라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자고 공식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무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무역 손실을 줄이고 미국인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대통령의 의도에 따라 행동했다’고 덧붙였다.
이유는 무역적자다. 전임 정권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 잘못돼 미국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이유다.

현재 한미 FTA 협정문에는 한쪽이 공동위원회 특별 회담 개최를 요구하면,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30일 이내에 응하도록 돼 있어 꼼짝없이 재협상 국면으로 끌려 들어갈 상황이다.
한국을 보면서 혈맹이다 맹방이다 외치는 미국은 그러나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는 철저하게 한국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이 군사적 미끼를 물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우리 국회는 이렇게 엄중한 시기에 문까지 닫아 걸고 정쟁에 묻혀 있다. 그 많은 국회의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사드배치 논란이 1년을 맞고 있다. 그 흔한 미사일 도구로 이렇게 엉망으로 궁지에 몰린 것은 유사이래 처음일 것이다.
한국은 중국에 철저히 발목잡혀 있다. 명분은 한국에 주둔하는 자국민 보호였지만 보잘 것없는 그들의 이익에 편승해 우리 국방을 지켜보려는 전임 정권의 성급한 결정이 모든 명분을 혼란으로 밀어 넣은 것 같다.
지난해 7월 13일 국방부는 경북 성주군 성주읍을 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장소로 결정했다. 1년 동안 유통·관광업계는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 한국 여행 금지 등 중국의 보복으로 매출 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감소세가 계속되면서 피해는 악화하고 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업계의 우려는 더 커졌다.
이달 초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서조차 사드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이 없어 사드보복 여파의 장기화 가능성은 커졌고 업계의 시름도 더 깊어지고 있다.
면세점과 유통업계는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았다.중국의 사드보복이 본격화 된 올해 3월 중순 이후 롯데와 신라 등 주요 면세점 매출은 20∼30%대의 감소세를 보였다.

일부는 면세점 사업권을 포기하고 아예 문을 닫기로 했다. 22곳에 달하는 공항면세점 중 이익을 내는 곳은 한 곳도 없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롯데면세점은 지난 6월까지 누계 피해액이 3500억 원에 달한다. 한화갤러리아의 제주공항 면세점 4∼5월 월간 매출은 임대료에도 미치지 못하는 20억 원 이하로 추락할 정도였다. 면세점 업계는 전체 피해액이 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여기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비리까지 불거져 면세점 업계는 쑥대밭이 됐다.
외교적 방임은 이렇게 무서운 결과로 잔인한 고통을 국민들에게 던져주는 것이다.이런 상황의 한국에서 우리 정치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드를 보는 국민들은 우리 국회가 중국에 맞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제재와 중국여행 금지 목소리를 왜 내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왜 강력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도대체 지금 무엇을 하고 있고 또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그것이 공허한 메아리라도 휘둘리는 나라보다 살기 위해 신념을 보여주는 그런 국회를 보여달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 국민이 틀린것 같다. 그들은 바보멍청이들이 틀림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척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면서 몸 사리는 그들에게 ‘이게 나라냐?’고 외쳤던 국민들의 바램이 너무 처절해 장마와 가뭄, 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일상이 요즘이다. [충남일보 한내국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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