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현 칼럼] 미래에서 온 편지 (1)
[김창현 칼럼] 미래에서 온 편지 (1)
  • 김창현 서울대학교 지리학 박사
  • 승인 2017.07.17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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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50년 대한민국 대전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김대전이라고 합니다. 과거에서 오셨다고 하니, 미래 소식이 많이 궁금하시겠네요. 2017년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라, 잘은 모르지만 제가 아는 데까지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일단, 어디를 가시더라도 반말을 하시지 않도록 주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알기로, 2020년까지는 우리나라에 반말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2030년 전후로, 반말은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범죄가 되었어요.

하긴 유럽에서도 19세기까지 여성에게 참정권이 없었다 하던데, 세상이 참 금방 바뀌죠. 동학농민운동에 참전한 농민에게 55년만 기다리면 투표권이라는 것이 생긴다고 하면 믿었을까요?

여하간, 반말금지법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대한민국 헌법 11조에 근거하여,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평등원칙의 위반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서 2020년에 제정되었어요.

비슷한 시기에, ‘노인’을 공식적으로 높여 부르던 ‘어르신’이라는 말도 폐지가 되었어요. 어르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어르신이라고 불러야 할 낮은 존재들이 존재해야 하는 거잖아요. 한 단계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단순한 논리인데 이런 차별적 용어들이 일상적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가끔 섬뜩하기도 합니다. 반말은 항상 약자에게 불리한 법이죠.

아 참, 저는 두 분의 아버지가 있어요. 김 아버지와 박 아버지. 김 아버지가 외동아들이라 제가 김씨가 되었어요. 2017년이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 결혼이 일부 합법화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한국에서 동성애 결혼이 합법화되었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 않으실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들도 남남부부 중 하나에요. 두 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 때문에 제 정신건강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세계 인구가 당시 60억 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90억 명 정도 돼요. 이슬람 인구는 꾸준히 늘어서 이미 30억 명 정도에 달한다고 해요. 덕분에 한국에서 기독교방송처럼 무슬림 방송도 생기게 되었어요.
예전 한국에 이슬람 성원은 있었지만, 그 외 무슬림들은 주변인으로 존재했잖아요. 지금은 거리에서도 무슬림이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어요. 처음에는 각종 종교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했던 한국으로서 무슬림의 대거 유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죠.

이 신문을 보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정치 이야기가 궁금하겠죠? 2017년이면, 현대사 시간에 배웠던 최순실-정유라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고 문재인 정권이 시작된 해로군요. 마침 엊그제 현대사 시간에 거기까지 배웠거든요. 굉장히 중요한 단원이에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우리도 미국처럼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되어 있다는 것이고, 2017년 이후로 헌법이 두 번은 더 바뀌었다는 것이에요. 통일이라는 단어는 헌법에서도 없어졌어요. 예전 생각하시고 통일이라는 말씀을 하시다 어디에서 간첩이냐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또 이 소식을 들으시면 좀 놀라실 것 같아요. 2025년에 시베리아 열차는 한반도를 통과하지 않고 해저터널로 바로 일본 훗카이도와 연결 되었어요. 덕분에 남한은 유라시아 철도물류체계에서 제외되었죠. 훗카이도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었고요. 겨울만 되면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로 행복한 몸살을 앓는다고 합니다. 반대로 삿포로 애들은 방학만 되면 기차 타고 시베리아 횡단여행을 한다고 하더군요. 부러워요. 북한에서 핵 개발한다고 난리를 치지만 않았어도….

대신 좀 더 말씀 드리고 싶은데, 저는 올해 고3이 되어서 기본소득 받으러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기회 되면 또 소식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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