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군사·적십자회담 제의에 긍정적 반응 보여야
[사설] 北, 군사·적십자회담 제의에 긍정적 반응 보여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7.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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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7일 북한에 남북 군사 당국 회담과 적십자회담을 공식 제의했다.
군사 당국 회담은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하기 위해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적십자회담은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해결을 위해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갖자고 발표했다.

이번 회담 제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비전을 담아 발표한 ‘베를린 구상’ 이행의 첫 단추라 하겠다.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에 맞춰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고, 10·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인 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자’는 제안을 성사시켜 남북화해의 물꼬를 트기 위한 첫 조치에 나선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진정성 담긴 제안에 호응해 단절됐던 대화채널을 복구하고 남북화해의 길로 나서길 바란다.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은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 북한이 응해오면 지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1년 7개월 만에 열리게 된다.
순수 군사회담만으로는 2014년 10월 비공개 접촉 이후 33개월 만이다. 당국은 회담에서 논의할 적대 행위의 범위에 관해서는 북한 측의 반응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군사분계선 일대의 고성능 확성기 방송과 대형기구(풍선)를 이용한 전단살포 행위가 테이블에 올라 있다.

북한이 확성기 방송이나 전단을 이용한 ‘체제 존엄’ 비방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를 논의할 군사 당국 회담에는 응해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것이겠지만 ‘아까운 카드’를 내놓는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회담이 성사되면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북측 주장에 끌려다니며 일방적으로 내주기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논의하기 위한 적십자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중국의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의 송환 등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사실상 전제조건처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군사 당국 회담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방향으로 힘을 모아야 할 것 같다.

남북한 간에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그나마 남아 있던 연락 채널마저 완전히 끊긴 상태다. 그동안 우리가 북측에 통보할 일이 있으면 판문점에서 핸드마이크를 이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회담 제의도 북한에 직접 통지하지 못하고 언론발표 형식을 취했다.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남북 간에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특히 1년 이상 연락 채널이 완전히 끊겼던 상황이라 북한의 반응에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옳을 듯하다.

새 정부는 출범 이후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잇달아 승인했지만 북한이 거부해 아무것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남북대화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주면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대화 창구는 열어놓되 마지노선은 지키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플랜B’도 항시 갖고 있어야 하겠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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