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 체질개선으로 이어져야
[사설] 경찰 인권침해 진상조사, 체질개선으로 이어져야
  • 충남일보
  • 승인 2017.07.20 16: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찰이 과거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주요 인권침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운영키로 했다.
경찰이 19일 자체 개혁방안의 첫머리에 올려 발표한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것이다. 과거 경찰의 인권침해 사건을 진상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규명하며, 재발방지책 및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민간 위원을 3분의 2 이상으로 하고, 민간조사관도 임명한다는 게 경찰 구상이다.

경찰이 부끄러운 과거사를 이렇게 스스로 들춰내는 것은,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인권경찰 구현’을 제시했기 때문인 듯하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해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이날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이런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진상조사의 대상이 될 사건으로는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용산참사’ 사건 등이 먼저 거론된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숨진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 최근 이철성 경찰청장은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시위진압의 불법성이나 경찰의 과잉 진압 여부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1999년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과 2000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경찰의 강압수사로 시민 인권이 침해당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경찰에 의해 범인으로 몰린 불우한 청소년들이 복역하다가 재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2009년 1월 서울 용산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발생한 ‘용산참사’도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을 빚었다. 당시 경찰이 농성 중인 주민 등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다.
경찰 개혁을 위해 가동되는 진상조사위인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경찰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자체 징계나 고발 등을 통해 관련자들이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진상조사위도 과격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집행 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 개혁 분위기라고 무조건 경찰에 ‘반성’을 강요하는 식으로 가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경찰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누구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경찰이 이날 공개한 개혁안에는 내사단계 변호인 참여권 보장, 영상녹화 대상 범죄 확대, 장기 내사·기획수사 일몰제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루아침에 인권 친화적 경찰을 구현하기 힘든 만큼 근본적인 체질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형식적으로 흘러온 내부 감찰을 개선해, 경찰 활동 전반을 실질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14만 경찰에 대한 인권 교육을 상시로 하고, 인권 관련 실적이나 비위를 인사고과에 비중 있게 반영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핵심은 일시적인 조치에 그치지 말고, 개혁방안의 실행 노력이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충남일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