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난리 외유’ 충북도의원, 제명 당연하다
[사설] ‘물난리 외유’ 충북도의원, 제명 당연하다
  • 충남일보
  • 승인 2017.07.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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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이 사상 최악의 수해 상황에서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물의를 빚은 충북도의원을 21일 전원 제명했다.
이날 한국당 윤리위에서 제명된 도의원은 김학철(충주1)·박한범(음성1)·박봉순(청주8) 3명이다. 한국당은 전날 당무감사위를 소집해 제명 권고를 결정한 뒤 이날 곧바로 윤리위 전체회의를 열었다.
첫 단계인 징계위 회부부터 윤리위 제명까지 사흘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이다. 징계 수위도 예상보다 높았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정주택 한국당 윤리위원장은 “지역 주민이 재난 피해로 큰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난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당의 혁신 노력에 역행하는 언행에 단호하고 엄격한 잣대를 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번 사안의 인화성이 크다고 보고 더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한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일에 도의원 한 명이 걸려 있다. 민주당은 어떻게 할 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함께 해외연수를 나간 자당의 최병윤(음성1) 도의원에 대해 제명까지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날 충북의 수해복구 현장을 찾은 추미애 대표도 “조기 귀국하자고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고 (본인도) 서둘러 귀국했다”며 “도민에게 사과한 뒤 주민과 함께 (복구 활동을 하기로) 한 점도 참작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일이 터지자마자 “해당 의원을 엄중히 문책하겠다”면서 오는 25일 도당 윤리심판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윤리심판위에는 과반의 외부인사가 참여한다고 하는데, 민주당 충북도당이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의를 일으킨 최 도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때 음성군수로 나설 유력한 후보였다는 말도 들린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얽히고 보면 징계 수위 결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듯하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몇몇 지역 도의원의 일과성 일탈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부일지는 모르지만 선출직 공직자의 기본자질과 공공의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엄청난 집중호우가 쏟아진 충북도에 사상 최악의 물난리가 벌어진 상황이었다. 뜻밖의 자연재해로 고통과 실의에 빠진 도민들을 곁에서 돕고 위로해야 마땅한 도의원이 버젓이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말이 연수지 세부 일정은 해외관광에 가까웠다. 그중 한 도의원은 들끓는 비난 여론을 설치류의 행태에 비유하는 폭언까지 했다.
유구무언이어야 할 도의원인데 되레 전해 듣는 시민이 할 말을 잃게 하니 참담할 지경이다.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해 수해복구 현장에 나간 도의원도 있다고 하나 그 정도로 용서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나갈 때 마음이 중요하다고 본다. 여론의 지탄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면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이고, 생각하고도 나갔다면 오만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도민들을 대신해 도정을 감시하게 둘 수는 없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그나마 도민에 대한 도리가 아닌가 싶다.[충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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