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기준이 확고해야 한다
[양형주 칼럼] 기준이 확고해야 한다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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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고려시대에 보유했던 찬란한 문화유산 중에 금속활자가 있다. 현존하는 세계 초고의 금속활자 인쇄물로는 1377년 간행된 직지심경을 꼽는다.
그런데 최근에 고미술품 시장에 이 직지심경보다 적어도 138년 이상 앞서는 1240~5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은밀하게 팔렸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검지손톱만한 활자 한 개에 수백만 원을 호가했다. 이 활자는 고려시대 불경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라는 경전을 인쇄했던 활자로 알려졌다. 이 활자를 줄여 ‘증도가자’라고 한다.

이 활자를 보유한 분이 문화재청에 보물지정을 신청했고, 문화재청은 이 활자들을 7년간 심의한 끝에 지난 4월에 보물지정을 부결했다.
이 활자의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분명했고, 또 이것의 서체와 주조방법을 분석한 결과 증도가자로 보기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이 활자를 보물로 신청한 이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 활자가 진짜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근거는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 결과이다. 활자에 묻어있던 먹을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을 비롯한 국내외 3개 기관에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을 의뢰했더니, 이 먹의 연대가 대략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 사이의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최근에 국립과학수사원이 미술품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현재 판매중인 먹 10개를 구입해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 연구원에 탄소연대측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먹의 연대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측정에 의하면 적게는 240년 전에서 길게는 3만5760년 전의 물건으로, 한국과학기술 연구원의 측정에 따르면 최소 355년에서 3만3706년 전의 것으로 나왔다. 또 연구 결과 서로 다른 먹을 섞으면 연대를 조정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연대 측정은 사물 안에 남아있는 탄소의 잔존량으로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생명체가 죽고 시간이 지나면 그 안에 있던 탄소가 질소로 변해서 날아간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 양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5730년이 걸린다. 그런데 이것이 8분의 1로 줄어드는, 4만년이 지나면서부터는 그 정확도가 급속도로 떨어진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그것은 이 측정이 정확하려면 대기의 탄소가 늘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화산활동이 많은 시절에는 탄소 값이 많이 떨어진다. 또 생물의 건강상태, 대기의 기후상태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대략적인 추정너머의 정확한 추정은 상당히 어려워지게 된다.
이처럼 탄소연대측정법은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결국 ‘증도가자’가 진품임을 확신하는 사람들은 잘못된 기준위에 가설을 쌓아올린 것이 되었다. 이렇게 볼 때 기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기준은 타당해야 하고 확고해야 하고 어느 순간에서도 흔들리면 안 된다.

건강한 사회는 기준이 흔들리지 않고 명확한 사회다. 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 기준이 흔들리는 파열음이 들린다.
기준이 흔들리는 징조가 무엇인가? 분열과 대치와 갈등이다. 서로에게 기준이 명확하게 제시되면 협상도 쉽고 빠르다. 그러나 기준이 시대와 분위기에 따라 좌우되면 갈등과 분열은 점점 더 심해진다.
건강한 기준은 사회 저변의 소중한 자산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와 조직의 기준을 점검해 보라. 정말 기준으로서 작용하고 있는가?[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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