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주 칼럼] 영원으로 통하는 시간을 사는 존재
[양형주 칼럼] 영원으로 통하는 시간을 사는 존재
  • 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 승인 2017.08.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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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특징 중 하나는 바쁨이다.
시간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직장이나 내가 속한 조직에서 그 거대한 조직을 몰고 가기 위해 나의 시간을 사용하길 강요한다.
노예는 자본주의 제국의 공간 확장을 위해 시간을 희생하도록 부름 받은 존재다. 제국의 부와 위험을 과시하기 위해 인생의 모든 시간을 고스란히 착취당하는 존재다.
제국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공간에서 더 많은 힘을 키우고, 더 많은 소유를 확보하고, 더 많은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간을 위해 인간 실존의 본질인 시간을 희생하도록 강요한다. 시간을 희생하는 것은 생명을 희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생명을 희생하며 쉼 없이 계속 달려가도록 한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노예는 시간을 성스럽게 할 줄 모른다. 노예는 공간의 확장과 소유에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제국의 통치 하에 이 땅을 살아가다보면 공간 안에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허망하게 사라진다.
죽음 전문가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책 <인생수업>에서 엘리자베스는 죽음 직전에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 했다.
죽음을 앞두고 당신이 가장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 더 많이 벌지 못해서? 더 넓은 집에 살지 못해서? 사람들의 대답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좀 더 아름다운 시간들을 보냈을텐데’ 하는 것이다.

살아서는 삶의 공간 속에서 소유의 확보를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갔지만, 결국 이것들은 시간의 영원성 앞에 허망하게 사라지는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이것을 간파한 구약성서의 시편기자는 이렇게 고백한다.
주의 궁정에서의 한 날이 다른 곳에서의 천 날보다 나은즉 악인의 장막에 사는 것보다 내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사오니 (시 84:10)
그렇다. 다른 곳에서 소유를 위해 천 날을 사는 것보다 성스러운 임재 앞에 의미 있는 하루의 시간이 훨씬 낫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시간관리에 관심이 많다. 시간이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계발에서 말하는 시간관리 기법의 근본적인 방향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공간을 섬기기 위한 것이다. 시간을 거룩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효율적으로 아껴서 생산성을 극대화 하여 제국 내의 공간을 더 많이 점유하고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안식일을 거룩하게 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시간의 거룩함을 확보하도록 한다. 거룩하게 된 시간을 확보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창조된 실존의 본질을 살아가는 것이요, 추구해야 할 길인 것이다.

우리는 공간을 위해 인간 실존의 본질인 시간을 희생하는 삶을 지양해야 한다. 지금 나의 삶의 방향은 무엇을 지향하는가? 의미 있는 공간을 확보하려 하는가? 의미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 하는가?[양형주 목사 대전 도안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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